처음으로 어버이 안 계신 어버이날이다.
남편은 70세에 고아가 되었다면서 가족 톡방에 그 마음을 풀어놓는다. 이런...
그걸 보고 며늘은 '저희가 있잖아요' 하트 이모티콘을 마구 날린다.
아들 며늘은 저녁식사와 공연을 준비 했다.
딸은 택배로 상황버섯을 선물로 보내고, 이건 꽃이라며 보냈다.
태경꽃, 시경꽃 - 하긴 이 꽃보다 더 귀한게 있나.
조금 일찍 도착해서 식당 옆에 있는 도산공원을 돌아봤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르셀 도산점이다. 예약 만석이라고 하는데 자리 간격은 떨어져 있다.
눈 호사, 입 호사를 했다. 음식이 예술에 가깝다. 설명도 어찌 그리 상세히 해주는지...
값이 사악하다는 것이 흠이다. 특별한 날이니까~~~ 아들의 말이다.
식사하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예전에 엄마의 엄마들은 자식이 무얼 해준다고 하면 자식 돈 쓰는 게 안쓰러워서 사양했다고. 그래서 주변에 부모님이 일찍
돌아간 사람들은 모두 가슴 아파한다. 자신이 형편이 좋아졌는데 효도할 부모가 없다고.... 이게 우리 세대의 이야기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자식들이 해준다는 선물은 냉큼냉큼 오케이 할 것이다.
자식들이 내가 언제 떠나도 아쉬운 마음 없도록... 그러니 인삿말이나 떠보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걸어서 '윤당아트홀'에 갔다.
'클래식계의 이단아', '뇌섹시대 문제적 남자' - 바리톤 정경
그를 말하는 수식어가 도발적이다.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를 창시해서 예술의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양고전과 우리나라 고전을 함께 소개하며 눈높이를 맞춰 'EYE LEVEL' 이야기 한다.
오늘 공연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연인에게 사랑을 구애하는 세레나데가 아니고 '집착의 사랑노래'라는 이야기와 함께 오페라마를 소개했다.
설명을 맛깔나게 해서 간간이 빵 터지게 한다. 관객과 대화로 소통하고난 후에 예술을 보여준다. 그는 예술경영학 박사다.
예술은 정의할 수 없는 것, 경영은 돈을 버는 것. 이런 구조에서 팔리는 예술을 연구한 것이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배경을 이해하고, 화면으로 오페라의 연기를 보며 노래를 듣는다.
우리 가곡 '목련화'를 부르면서 우리나라의 침략 역사를 보여준다. 중국, 러시아. 왜구들의 수많은 침략을 받았지만,
한 번도 남의 나라를 넘 본 적이 없는 것이 우리다. 저항 정신이 나라를 지켜낸 것을 다룬, 영화 '안시성'의 장면도 잠깐 보여주고...
어느 해 정동진 해변에서 새해 첫날 공연한 화면과 함께 '내 나라 내겨레'를 부른다. 화면에 눈물이 보였는데, 그건 그때 너무도 추워서 나온
생리현상으로 눈물이 얼었다고 한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로 웃음을 전하면서 진행한다.
상처에 대한 시, '통증, 너를 기억하는 신호'를 노래하고 무용가 이은선이 몸으로 표현하는 상처를 보았다.
그들의 슬픔 공감력에도 박수보낸다.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마지막에 질문을 받았는데, 한 관객이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하며 오늘 어버이 날이니 '어버이날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한참 사양했는데... 직원인 듯한 남자가 나와서 피아노 반주할 수 있다고 하고 스마트폰에 가사를 전해준다.
졸지에 바리톤으로 들은, 어버이날 노래는 특별했다.
CD와 책을 샀다.
제주 해녀에게 헌정하는 <바다를 담은 소녀>,
와이진의 해녀 사진과 해녀를 바라보는 애틋한 정경의 마음이 담겨있다.
아들과 동문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오니 비가 내린다. 작은 양산 둘을 나눠쓰고...
며늘은 같이 술 한잔 하시자 하고, 아들은 차를 마시자고 한다. 불금, 늦은 밤 압구정에는 카페마다 젊은이들이 그득했다.
너희들끼리 놀고가라 하고, 집에 와서 며늘이 담아준 오이소박이와 한잔 했다.
오이소박이는 맨입에 먹기 좋은 간이다. 이게 어딘가, 어여쁘기만 하다.
참 고마운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