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 기립박수

칠부능선 2020. 2. 13. 13:39

 

  설 무렵에 약속해 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보러갔다.

  8시 공연인데 6시에 남편친구 부부를 만나 세종홀 지하에서 설렁탕으로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30분 전에 대공연장으로 올라가니 딸이 와 있다.

  승진이랑 함께 오기로 한 지인은 신종바이러스 무섭다고 약속을 취소했단다.

  식당, 카페 모두 헐렁하다. 공연장도 입구를 한 곳만 열고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준비해두었다.

 

  중간휴식 15분에 160분 공연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신탁통치, 한국 전쟁 직후의 격변기를 치열하게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다.

  위안부와 학도병으로 만난 윤여옥, 최대치. 오래전 본 드라마인데도 이름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력했다.

  장하림, 이번 공연에 특히 노래를 잘 했다. 커튼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어여쁘다.

  후반부에 제주 4. 3 사건을 보며 나는 제주 시절 빈첸시오 활동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때 처음 4.3 사건의 비극을 마주했다.

  역사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더욱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인간에게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역사는 서서히 도도하게 변화하지만, 그 앞자리에 선 사람은 역류에 휩싸인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역사는 앞으로 나아간다.

  요즘 살기가 어렵다고 이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함께 간 친구 부인도 그런 걱정이 깊다고 한다.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희망편에 선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기립박수를 받을만 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죽은 사람은 없다. 그래봐야 새롭고 강한 독감이 아닌가,

  미래의 전쟁은 바이러스 전쟁이라고 했던가. 감염된 자와 감염되지 않은자의 사투, 그렇더라도 인류가 멸종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념의 전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권력에 붙은 자와 저항하는 자의 대립. 공정한 분배와 평화, 자유에 이르는 길은 험하다.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처절한 키스신의 철조망, 포토죤에서 승진이.

 

 

 

 

 

 

딸이 사준 요란한 마스크, 예의로 나만 장착, 냄편은 1회용이 더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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