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신종코로나19가 대구 신천지교회로 인해 창궐했다.
불안지수가 높아가고 있는데 일요일 모임이다. 원래 이 모임은 1박도 하는 모양이다. 난 처음 참석했다.
김태헌 선생의 강의는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오랜만에 본, 몰입도 높은 프랑스 영화다.
88세 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33세 사진작가 JR이 감독, 주연한 다큐영화다.
자연, 노동,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소외된 곳의 사람과 풍경에 경의를 보내는 따듯한 메세지가 편하게 스며든다.
두 예술가는 즉석에서 대형 현상이 가능한 카메라 트럭을 타고 프랑스 곳곳 지방과 해안도로를 달린다.
가끔씩 나란히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대화하는 것이 일품이다. 좀 떨어져 앉은 뒷모습과 자연의 배경이 오래 남을 듯하다.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일상에 버무려져서 흐믓한 미소가 번진다.
아녜스 바르다가 작년에 작고 했다. 노인이 아닌 어른으로서, 대형 도서관이 하나 없어졌다. 경의를 보낸다.
88세 바르다의 저 두 톤 염색도 재미있다. 선그라스와 모자가 트레이드 마크인 JR
처음 만난 윤용배 선생은 오늘 영명축일이라고 함세웅 신부님 댁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고 했다.
세례받은지 1년이란다. 한창 뜨거울 때라고 했다. 몇 마디 나누고 나니 신자냐고 묻는다. 나는 완전 식어빠진 날라리 신자다.
정세를 강의는 생각보다, 아니 생각이 비슷해서인지 순하게 들린다.
참, 이 강의 중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나왔는데... 재밌다고 보라고 한다.
난 집에 오자마자 저녁부터 다음날 저녁까지... 넷플릭스를 통해서 봤다. 거의 밤을 꼴딱 세우면서.
숙제처럼 해치운 게 웃긴다. 16부를 압축할 수는 없는지...
북한 배경에는 60년대 우리의 정이 남아있고, 스위스 배경은 눈 호사를 시킨다. 무엇때문에 이 드라마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지.
영화를 영화로 못 보는 웃기는 일이 있었나 보다. 목숨보다 더 중한 사랑 앞에 이념은 헛것이 되고 만다. 눈물겨운 감동 아닌가.
어슬렁거리며 뒷북치고 따라간다.
간부워크숍은 전원이 참석해야 19명이다. 오봇한 인원이 모여, 마스크를 쓰다 벗다 하면서 진행.
할 말은 조금 하고 들을 말들은 다 들었다. 저녁식사만 빠지고 5시경 집에 왔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시 찬찬히 보고싶은 영화다.
'눈'이 꿈을 표현한다고 한다. 시력이 흐려지고 있는 바르다의 눈이다.
55년차, 시간의 간격이 느껴지는 건 다만 아녜스의 몸의 자유로움이 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