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좋은수필> 베스트 에세이 10

칠부능선 2020. 1. 13. 13:52

 

  제2회 <좋은수필> 베스트에세이 작품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처음 간 '문화공간 온'은 아담하면서 정겨운 공간이다.

  장소의 변화도 필요한 현대수필 행사를 생각하니 그림의 떡이다.

 

  한해동안 월간 <좋은수필>에 발표한 글 중에서 베스트 에세이 10편을 골라서 상을 주고, 1,2회 선정작가의 작품집을 묶었다. 

  좋은 수필에 대한 호응을 높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 수필의 핵심 원리는 진실한 체험과 해석의 의미화, 그리고 문학적 형상화라 여깁니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속성상으로는

     진실한 것을 추구하기에, 수필이 생명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다음 중 두세 가지 이상은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즉 흥미, 감동, 공감, 깨달음,

     정서적 즐거움, 철학적 깊이, 체험적 진실, 문학적 향기 등입니다. 무엇보다 사유와 통찰을 통해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탐색한 체험적인

     글에 눈길이 가더군요. 수필은 비망록이나 넋두리가 아니기에 체험적 진실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진실을 표방하기 위해서 수필은 감정의

     유로에 의해 자연스러워야지 기교를 부리거나 작위적이면 거슬리더군요. 여기에 더해 진솔성과 작가의 품격 있는 인간성이 들어있어야 좋은 

     수필이 된다고 여깁니다. 

      - 심사평 중에서

 

 

  이렇듯 좋은 수필의 고지는 높다. 선정된 작가들의 면면이 새롭다.

  신춘문예, 공모전 출신 작가가 많다. 수필계의 또 다른 세력, 실력으로 인증 받고 등단하여,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그들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심사위원의 눈높이와 재량권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기존의 안일한 수필을 넘어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공식행사가 끝나고, 구면인 박금아 작가와 함께 대구에서온 김이랑 선생과 차를 마셨다. 

  두 분의 수필에 대한 열정이 앞으로 수필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태세를 보니 든든하다. 

  20년이 넘는 세월, 나는 나 자신의 글에 매달린 시간이지만, 이들은 '모두' 혹은 그가 속한 그룹이라도 잘 쓰게 되는 것에 뜻을 두고 있다.

  그야말로 이기적인 인간으로 산, 나는 잠시 각성을 했다.  

  박금아 작가의 새 수필교실과 김이랑 선생의 수필 강의가 번성하길 빈다.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창작으로 수필동네가 새뜻해지길 기대한다.

 

  내가 일찌기 강의를 접은 건 잘 한 일이다. 그때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지만, 솔직히 나는 나를 추스리기도 버거운 인간이다.

  이만큼 살아내는 걸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는데, 남을 위해 무슨 열성을 끌어내겠는가.

  오늘 과천의 최연숙 시인이 내 수업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전화했다. 수필을 배우겠다는 좋은 사람이 있다며...

  면구스러운 일.

 

  아, 행사장에서 앞자리에 반숙자 선생님 제자를 만났다. 반숙자 선생님은 지금도 수업을 하신다니 맘이 저릿하니 송구스럽다. 

  귀가 어두우실 텐데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냐고 하니 "선생님의 마음을 배운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모두,  삶 자체가 수필이다. 역시 수필은 인간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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