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강심장

칠부능선 2019. 10. 1. 23:00

 

 

  그는 기쁜 일에 슬쩍 웃고

  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그저 침통한 표정을 지을 뿐,

  화가 나면 입을 꾹 다물고 아랫배에 힘을 주는 게 다다

  해탈을 했거나 담대무쌍하다고 믿고 살았다

  그런데 그의 심장이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호랑이가 눈 앞에 나타났는데

  울부짖거나 도망을 가야하는데

  아니면 눈이라도 부라려야 하는데

  그래, 잡아 먹으려면 잡아 먹으렴

  그저 바라만 볼 뿐,

  흐린 미소까지 흘린다

  해탈도 담대도 아닌 고장난 심장을 가진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요지부동 변함없이

  긴 처방전을 귓등으로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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