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아들과 사위의 생일에 모여서 밥을 챙겨주고, 선물을 사주기도 하고, 금일봉을 주었다.
올해부터는 역활을 바꾸자고 했다. 아기 낳느라 고생한 엄마를 챙기는 날로 하자고.
아들 내외가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뮤지컬 <영웅>과 근처 이태리 식당을 예약해 두었다.
작년에 내가 이른 말을 올해 실행하는 중석이와 연님이.
작은 음악회도 열리는 곳이라 천장에 바이올린이 매달려 있다.
음식 찍는 건 서툴다. 예쁘게 나온 첫 모양을 놓친다. 맛 있었지만 양이 많아서 남겼다.
후식이 특히 맛있었는데... 커피도.
이른 저녁을 먹고 예술의전당으로.
무대 한 단 아래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20분 인터미션 때 연님의 셀카놀이. 냄편은 휴대폰 삼매경
S석 2층인데 무대가 멀다. 오페라 안경을 대여해서 잠깐씩 가까이 보기도 했다.
다 아는 안중근의 이야기지만 무대 연출 훌륭하고, 노래도 우렁차고... 특히 안중근의 재판 장면을 배경으로 부른
'누가 죄인인가' 가 오래 남는다. 의인은 죄인이 있기에 빛나는 법, 그렇게 역사는 흘러왔다.
요즘, 일본과의 날선 관계에서 보니 더욱 애국심이 생겨난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이 "대한독립 만세" 가 아닌 건 인상적이다.
군인으로 조국에 해를 끼친 원수를 죽여 군인의 도리를 다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인간으로 한 인간을 죽인, 약한 인간이 하느님께 의탁하는 모습이다.
지금 내 컴 안에 안중근이 법정에 스스로 쓴 청취서가 있다. 뭔가 써야할 것이 꿈틀거린다.
잘 먹고, 잘 보고, 선물도 잔뜩 받았다.
우리의 아들로 와주어서 고맙다고 하니, 낳아줘서 고맙다며... 서로 말선물까지 풍성하게 주고 받았다.
아들이 돈을 다 쓰니 노인이 된 느낌이다. 앞으로는 이런 것도 익숙해져야 한다.
순한 부모가 되어 아들 며늘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조언은 물어 볼 때만 해야 한다. 그럼그럼~~ .
내가 아들한테 준 선물은 내 책이다.
리모델링 하면서 열지 못하던 서랍에서 품절된 내 책 1, 2 권이 한 뭉치 나왔다고 하니 그걸 달라고 했다.
18년 전에 쓴 첫 책 <흐름>을 대충 읽어보니 그때 생각이나 지금 생각이나 똑 같다.
특히 죽음에 대해서 그때부터 지금같은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 쓸 글들도 다 동어반복일 뿐이 아닌가.
새로운 것 아니면 쓰지 말아야 하는데... 각성이 두렵다. 더 뻔뻔해야 계속 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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