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긴 터널을 지나

칠부능선 2019. 5. 19. 09:34

 

 

지난 열흘 동안의 시간이 우리 식구 모두에게 몇 달의 무게였다.

 어버이날 아침에 아버님은 식탁 아래 쓰러졌다.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며 그 후 여러번 넘어졌다. 욕실에서, 방에서..

 지난 일욜, 욕실에서 머리까지 부딪치며 넘어졌다. 119를 불러서 차병원 응급실로 갔다. 온갖 검사 후, A형 독감이라고

 응금실 격리병실에 들어갔다. 이틀, 응급실의 아비규환을 보며 아버님을 지킨 남편은 비칠비칠 나가떨어졌다.

 이틀째 늦게 심장내과 격리병동으로 옮기며 작은 아들을 불렀다. 아버님의 명으로.

 1인실 쾌적한 격리병동이다. 작은아들은 큰아들 보다 민첩하고 센스도 있다. 하룻밤 돌보고, 간병인을 불러놓고 갔다.

 나는 간병인 불렀지만 실패했다. 격리병동이라고 안 온다고 하고, 연락 준다며 연락이 없고...

 화욜 우리 며느리가 다녀가고, 목욜 동서가 다녀갔다. 

 서류때문에 필요없는 개고생을 했다. 차병원 원무과와 간호원실, 안내에 욕이 필요한데 욕을 못하니 그것도 답답한 노릇이다. 

 5일간의 격리가 끝나고, 집에서 가까운 분당연세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이 과정이 어찌나 지난했던지.... 몸도 마음도 지쳤다.

 

아버님 건강 상태는 아주 좋다. 다만 겯지 못하니 병원에서 개인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놓았는데,

하루 지나고 손자, 중석이 부부가 가니 부축하라고 해서 조금 걸으셨단다. 집에 서 있는 지팡이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며, 

가져오라신다. 오후에는 승진네 부부가 와서 지팡이를 가져다드리니, 이번에는 커피포트를 가져오라고 하셨단다, 

이건 병원측에서 위험하다고 반입 불가라고 한다.

지금 기분으로는 바로 다시 걸으실 것 같다.

 

나는 링거를 맞고 눌러둔 감기 기운이 돌아온 듯하다.

입술이 터지고, 기침할 때 뒷머리가 울린다. 

뒷머리에 물먹은 솜뭉치를 넣어둔 듯 무겁고, 새들이 노니는 듯 찌직거린다. 

 

 

 

 

격리병동에서 나흘동안 링거만 맞으며,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하셔서 가져다 드렸다.

거하게 첫 식사를 하고 다음 날도... 완벽한 식사.

 

 

하나만 나오는 출입증을 휴대폰에 찍어서 인증을 받는 것도 간병인이 알려줬다.

15년 경력의 75세 간병인은 이런 분 처음 봤다고 한다. 93세에 이렇게 깔끔하고 명석하시다며 놀랍다고 한다.

 

지금은 너무 명석한 게 오히려 불편한 시간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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