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오우가 - 내대지 238

칠부능선 2019. 6. 16. 11:51

 

  다섯 친구가 점심에 시간 맞추기 어려워서, 모처럼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리역에서 합류, 죽전을 지나 아파트단지를 지나 산 밑에 자리한 한식뷔페다.

  조촐하고 깔끔한, 한가로운 풍경이 좋다... 밖에 있는 화장실이 완전 운동장이라 특이했다.

 

  난 오늘 점심도 거하게 먹어서 디저트 위주로.

  조정숙이 내 지난 생일을 챙겨주었다.  밥 사주고 선물과 직접 담근 오이지도 주었다. 요즘 내 일상을 아는지라...

  자주 만나지 않아도 반세기를 함께 한, 애틋함이 있다.  중딩친구 중 가장 야무진 친구다.

 

 

 

 

  이 며칠 아버님이 조용한 건,  '사랑요법' 덕이다.  그곳에서는 스킨쉽을 자주하고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편들어준단다.

  아기다루듯 어르고 달래는 거다. 아버님의 근엄한 평소 성격으로 봐서는 어림없는 일인데 그 방법이 먹히는 게 신기하다.

 

 가정법원에서 조정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그쪽에서는 배테랑에 속한단다. 그 비결이 스킨쉽이라고 밝힌다.

 이혼소송을 한 부부들이 합의가 되지 않을때 조정위원이 나서서 중재를 하는데, 일단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시작한단다.

 상처받고 난폭해져 있던 마음이 서서히 풀어진단다.

 

  아직 이성으로 무장한 뻣뻣한 사람에게도 통할지 의문이 든다.

  내 생활을 돌아보니 참으로 뻣뻣하게 살고 있다. 스킨쉽을 일깨워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연습삼아 친구들과 손을 잡고, 허그도 하고 ... 

 

 

 

 

 

 

 

  어둠이 내리는 시간까지 늙음을 순하게 받아들이고, 잘 늙어갈 궁리들을 했다.

  그 거대한 힘에 어찌 반항하겠는가. 일찌감치 준비하고 바짝 엎드려 말랑말랑한 노인이 되어야 할 게다.

 

  자임은 포르투갈 경유로 세 번째 산티아고를 다녀오고,

  윤란은 미국 아들네를 다녀오고, 태숙이는 집에서 기른 야채를 가져오고... 여기서도 선물을 푸짐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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