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런 한가로운 시간이 오다니, 꿈도 꾸지 않은 횡재다.
음식을 1도 안 만들고 설을 치르다니... 딸이 날라다 주는 음식은 차고도 넘친다.
게으름을 즐기며 불면도 함께 하고 딩글딩굴 책읽고, 영화 보고... 청탁 원고도 마감 전에 보냈다.
사위가 회사에서 단체관람했는데 재밌다며 <극한 직업>을 추천해서 밤에 가서 봤다.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코미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웃게 해 줬다. 완벽한 오락, 이런 영화도 좋다.
태경이 시경이를 자주 보는 것도 좋다. 이제 완전 어른스러운 녀석들... 손 갈 게 없다.
일주일 만에 공사 중인 집에 가 보니 난리부르스다.
제주의 지인 부부와 우리집 앞에서 만나 '선한 레시피'에서 가벼운 점심을 먹고,
눈팅만 하던 동네 카페 <coffee 133> 에서 이야길 나누고,
3시 인테리어 매장에서 '선택'을 했다. 너무 많은 것에서 고르는 일이 보통 고충이 아니다.
인테리어 사장님이 나 같은 속전속결은 처음이라고 한다.
보통 인테리어를 하려면 몇 달에 걸쳐 준비하고 계획을 해서 하는데, 견적서 받고 다음 주 부터 바로 시작하는 건 처음이란다.
그런데 거의 계획없는 나를 도와주는 친구, 후배가 있어 든든하다.
친구는 실용성을 참고해서 앞 뒤 베란다 창고를 크게 해주라고 주문하고, 전자제품, 가구 바꾸라는 것,
후배는 감각적인 보탬을 준다. 너무 앞서 간 디자인이라서 모두 수용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자기 집 하듯이 어찌나 꼼꼼하게 따지는지... 나는 좋기도 하고, 인테리어 사장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어쨌거나 오늘로 선택하는 건 거의 끝이 났다. 이제 시공을 잘 해주길 바라는 일만 남았다.
두 탕을 뛰면서 마음에 걸리는 게 또 있어서 밤을 꼬박 세웠다.
선물을 두 곳에 보내고 나서 맘이 좀 풀어졌다. 내 맘에도 안 드는, 내 이런 성질머리. 피곤타.
새로워질 집과 함께 내 성격도 새롭게 바뀌길...
자임의 첫 전시 그림, 2001년 부터 우리 거실에 있던
<민들레 영토>가 용산 세아이앤티 빌딩으로 갔다.
널리 사랑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