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아내 / 오봉옥

칠부능선 2018. 7. 26. 23:08

 

아내

오봉옥

 

 

우리 집 처마 끝에 매달려

집을 지키는 물고기

 

바다를 품어본 적이 없고

바다로 나아갈 생각도 없는

가엾은 저 양철 물고기

 

문지기 수행자로 살기 위해

얼마나 허공을 쳐댔던 것일까

 

가만히 다가가 보니

비늘이 없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의 어깨에 달라붙은

그렁그렁한 비늘

 

나 죽은 뒤에도

관 속까지 따라와

가슴에 곱다시 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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