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카카 호수를 닮은
김종휘
티티카카 호수를 보는 듯
맑은 호수를 담은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사라져 버린 후
나는 병이 들었고 오래오래 잠자는 버릇이 생겼다
너무 늦었다고 안타까워하며 의사는
메스를 들고 수술을 시작했는데
우측 뇌 안쪽 해마 곁에 트리안이 자라고 있었다고
어느 숨결에 날아와 뿌리를 내렸는지
가는 줄기와 잎들이 엉켜 있어
작은 핀셋으로 반나절을 뽑아냈다고
붉은 줄기마다 연한 잎 줄줄이 달린 트리안을
햇빛이 머무는 병실 창가에 두고
물을 줄 때마다 음표를 붙여 허밍 해 주었다는데
붉은 잎들이 초록으로 변하고 있을 때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났다고
잠결에 들려오던 휘파람 소리
초록 잎새 주변을 맨돌던 긴 그림자
맑은 호수를 담은 누군가가 트리안에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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