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티티카카 호수를 닮은 / 김종휘

칠부능선 2018. 7. 20. 21:41

 

티티카카 호수를 닮은

김종휘

 

 

티티카카 호수를 보는 듯

맑은 호수를 담은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사라져 버린 후

나는 병이 들었고 오래오래 잠자는 버릇이 생겼다

너무 늦었다고 안타까워하며 의사는

메스를 들고 수술을 시작했는데

 

우측 뇌 안쪽 해마 곁에 트리안이 자라고 있었다고

어느 숨결에 날아와 뿌리를 내렸는지

가는 줄기와 잎들이 엉켜 있어

작은 핀셋으로 반나절을 뽑아냈다고

 

붉은 줄기마다 연한 잎 줄줄이 달린 트리안을

햇빛이 머무는 병실 창가에 두고

물을 줄 때마다 음표를 붙여 허밍 해 주었다는데

붉은 잎들이 초록으로 변하고 있을 때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났다고

 

잠결에 들려오던 휘파람 소리

초록 잎새 주변을 맨돌던 긴 그림자

맑은 호수를 담은 누군가가 트리안에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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