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아래
나희덕
누군가의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싶은
잘 마른 싸릿대를 꺾어
어깨를 내리쳐주었으면 싶은
가을날 오후
언덕의 상수리나무 아래
하염없이 서 있었다
저물녘 바람이 한바탕 지나가며
잘 여문 상수리들을
머리에, 얼굴에, 어깨에 발등에 퍼부어주었다
무슨 회초리처럼, 무슨 위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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