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팀, 다섯이 모였다. 예술의전당으로,
모짜르트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낮술은 간단히.. 빈 속에 들어간 바이젠은 찌르르, 제법 기운을 발했다.
얼어붙은 분수대는 잠잠하지만 그곳에서 수런수런 나누던 이야기들과 웃어재끼던 시간을 떠올린다.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 찍는 게 서툴다. 늘 좀 먹다가 사진이 생각난다.
마리 로랑생 展, 토슨트를 따라다니며 50분을 보냈다.
여자 화가가 없던 시절, 그는 자신감을 갖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기욤 아폴리네르와의 사랑이 그를 작가로 키웠는지..
그림은 그의 모든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이 될 무엇을 갖는 건 행운이다.
73년 생애. 스펙타클한 생을 살아내기에 충분하다.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용된 그림이다.
코코샤넬,
나약해 보인다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수정을 요구했으나 거절해서
인수하지 않았단다..
전시를 보고 차를 마시고 헤어져 집에 오는데 동서한테 전화가 왔다.
내일 어머니께 가겠다고 한다. 내일이 어머니 생신이다.
4시경 도착하니 주문한 증편이 와 있다. 바로 쑤어두었던 흑임자죽을 챙기고 증편을 들고 어머니께 갔다.
요즘은 독감때문에 면회 자주 가는 게 눈치보인다. 마스크를 하고 손소독을 하라고 한다.
하루에 두 번은 더욱. 지난 주에도 오전에 서방님이 다녀갔다고 했다. 동서네가 다녀갈 때 전화를 해 주면 겹치지 않게 갈 건데..
하긴 내 힘을 덜어주니라 가는 건 아니니... 갈 때마다 우리한테 알리라는 것도 그렇다.
어머니도 오늘은 마리 로랑생의 책채처럼 몽환적이다. 지난 주 동서가 사다 둔 새 옷을 입었다.
꿈 이야기까지 하시고, 기도문도 둘 외우신다. 식사시간이 끝나서 황도을 드렸는데 모처럼 건더기도 드신다.
어머니는 못 드셔서도 어머니가 좋아하던 증편을 1층과 5층에 돌렸다. 이것도 다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이다.
갑자기 꽉한 하루가 되었다.
음력 12월 25일, 매년 무진장 추운날 큰 행사였던 어머니 생신도 이렇게 가볍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