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만에 묵은 먼지를 걷어냈다. 가구 위치를 안 바꾸고 사니 그 안에 먼지가 장난 아니다.
남편 방 침대는 양쪽 협탁을 버리고, 위치를 바꾸니 중간크기 카페트을 깔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내 방은 행거 하나를 버리고 책상과 침대 위치를 바꾸니 완전 넓어졌다.
행거를 버리면서 옷도 몇 박스 버리고 책꽂에 넘치는 책도 몇 묶음을 내놨다. 다시 보지 않을 책과 자료들... 미련이 없다.
오래 전 일기장과 정말 오래 전 가계부도 다 버렸다. 서랍이 가뿐하다. 글을 쓰면서 쓰지 않은 가계부다. 이젠 그 옛날 것을 들여다 볼 시간도 없다.
추억을 들춰보는 것보다 앞으로 할 일이 벅차다.
아직 덜 늙어서 다행이다. 푹 늙으면 그것들을 반추하려고 못 버릴 것도 같다.
오늘은 캐리어 3개와 50L쓰레기봉지에 쿠션과 방석을 가득 버렸다. 이 케리어 쓴지는 10년도 더 되었는데 왜 못버리고 있었는지...
구석구석에 가방도 왜 그리 많은지... 여행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서 그런가.
버리고 버렸어도 아직도 그득하다.
그러고 보니 먼지 속에서 쓰레기를 안고 살고 있는거다. '버리기'는 계속해야 할 숙제다.
케리어 하나 버리는 데 4천원, 의자 3천원, 침대 나무 5천원. ... 수만원이 들었다. ㅠㅠ
몇 년 동안 서랍에 잠자던 애들도 다 버린다. 새것도 많은 데 비닐 푸는 것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