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쨍하니 추워야 제 맛이다. 모처럼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털모자가 달린 페딩에 등산양말을 신고 털부츠를 신고... 홍대 근처에서 시인회의 모임이 있었다.
야탑에서 혜민씨를 만나 전철을 타고 왕십리에서 2호선 환승해야하는 걸 경의선을 타서 9번출구로 나와야 하는 걸 6번출구로 나와서
쨍 추위 속에 홍대 앞 '걷고싶은 길'을 걷고 싶지 않은 날씨에 걸었다. 목적지를 지나쳐서 또 한참을 걸어서 결국 찾아 들었다.
2층에 하나은행이 있고 3층이 솔출판사 건물이다. 1층 <오프 투> 는 테이블 사이가 널찍하니 모던스타일이다.
바랜 정이 오가는 묵은 사람들과 오샘의 미국 가족여행 이야기도 듣고... 가족중심의 선생님 생활이 훤히 그려진다.
솔출판사 대표인 임우기 선생과 인사도 하고...어마 무지하게 두꺼운 그의 <네오 샤먼으로서의 작가> 비평문집이 떠오른다.
비평문 읽는 건 재미없지만 이 책 한 권이면 우리나라 시, 소설가의 작품을 개관할 것 같다.
제대로 겨울 맛이다. 무장한 덕에 발이 편하니 견딜만 하다.
어리버리 덕분에 많이 걸었지만 주변을 살피진 못했다. 다음 모임엔 그곳을 즐길 수 있으리라.
건물 지하에 스터디룸을 만들고 있단다.
깔끔하니 맛있다. 사진은 없지만 수제 햄버거도 맛있다.
최 시인이 찍은 사진들이다. 그는 이쁘게 차려 입고 빨간 백에 맞춰 빨간 구두를 신고 왔다.
발이 얼어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강샘이 머풀러로 발을 감싸서 녹여주었다. 어여쁜 모습들...
멋내기에는 폭력적인 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