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고맙다, 고맙다

칠부능선 2018. 1. 15. 13:33

 

 

  토요일, 혜민씨 시어머니 문상을 다녀왔다. 향년 86세다.

  운신을 못한 지 3개월만이다. 요양원으로 모시라는 남편의 말에 3개월만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딱 3개월만에 돌아가신거다.

  손등에 실핏줄이 터지고 욕창도 오고... 그려보기도 난감한 모습이다.

  문상 가기 전에는 절은 하지 말고 기도만 하자고 맘 먹었는데... 몇 번 뵌 영정 사진을 보니 절이 절로 나온다.

  전날,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잘했다, 잘했다'를 여러번 했나보다 전화를 끊고 나니 곁에서 들던 남편이 뭐라고 한다.

  하지만 그 사정을 훤히 알고 있었으니.. 하는 말이다. 친정어머니도 요양원에 계시는데. 집에서 임종하게 하고싶단다. 장하다.

  집에서 묘지가 보인다고 한다. 잠 안오는 한밤중에 묘지에 가서 "애들아 나 왔다~~ " 이러고 논단다.

  분방한 열정도 나이를 드는지...  많이 고요해졌다.

 

  일요일, 아들 내외가 점심을 밖에서 먹자고 한다.

  집밥을 먹으라고 하니, 맛집에서 문어숙회와 물회를 사왔다. 점심을 먹고 어머니께 갔다.

  전복죽을 갈아서 쑤었는데 작은 알갱이도 뱉으신다. 손자와 손자며느리가 떠먹여드리니 다 드셨다.

  연신 "고맙다, 고맙다" 하시면서...

  아들은 할머니 얼굴을 쓰다듬고 귀에 대고 연신 이야기를 한다. 하는 짓이 어여쁘다.

  3년차 누워계시면서도 정신을 놓지 않으신 어머니도 고맙다.

  언제쯤 아쉬움이 없을까. 그런 날이 올까.

 

  옆 침대가 비었다. 자신의 몸을 탕탕, 두드리던 동그란 얼굴의 어르신, 한동안 잠만 주무시더니.

  이곳에 들어오면 쉬이 갈수도 없는데... 조용히 가셨다.

 

 

 

 

리스본 제로니모스 수도원에서 만난 죽음,

살아서도 죽어서도

인간은 두 손을 모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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