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독감예방주사를 맞겠다고 하니까, 피검사를 먼저 하라고 한다.
왜? 건강검진 할 때 6개월 후에 당검사를 하러 오라고 했단다.
시키는대로 3층에 가서 피를 뽑고 15분 정도 기다려 결과를 가지고 의사 앞에 앉았다.
"당 조절을 잘 하셨네요. 정상입니다" 이러면서 아주 반색을 한다. 지난번 검사 때, 내 당 수치가 당뇨에 가까웠단다.
정상 수치라고 저리 반겨주는 의사가 고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뇨 환자가 되었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나았다는 말이다. 내참,
뭐 당뇨라는 걸 알았다고 해도 별 변화는 없었겠지만, 내 무심병이 좋은 것도 있다.
오늘은 돈부랑 잣 죽을 쑤어갔다. 맑은 얼굴은 여전하시다.
그런데 저녁에 친구랑 통화 중 들은 얘기가 마음에 걸린다.
다른 친구의 꿈에 내가 상복입은 모습을 두번이나 봤다고 우리집에 무슨 일 있냐고 했단다.
중딩 친구들이니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안다. 그래도 요즘 일은 몰랐을 텐데...
살고 죽는 일은 내 소관이 아니다.
내 병에도 무심하듯 어머니의 남은 생도 담담히 받아들일 마음을 다진다.
오늘도 어머니는 기도문도 외우시고 '고맙다, 고맙다'고 하셨다.
타인의 죽음은 또 다른 이의 구경거리인지.. . 겐지스 강의 아침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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