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숟가락을 놓다

칠부능선 2017. 10. 1. 20:14

 

어머니가 스스로 숟가락 들 힘이나 마음을 놓아버리셨다.

지난주부터 식사양이 줄었는데 많이 여위시고 이틀 전에 보니 기운이 없다.

다녀와서 어머니 이야기를 하니 아버님이 함께 가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오늘 또 다녀왔는데... 아예 눈을 못 뜨신다.

그제는 황도와 카스테라를 좀 드시고, 기도문을 외웠는데. 오늘은 말씀조차 못하신다.

아버님도 못 알아보시는 듯, 반응이 없다. 그래도 내가 쑤어간 흑임자죽을 조금 드셨다.

 

아버님은 2년 3개월 동안 세번째 방문이니. 참으로 야속하다.

작년인가, 어머니는 아버님을 보고 "고마워요"하면서 환한 표정을 지으셨는데...

고통은 없어보이는데 기운을 못 차리신다. 잠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급격히 나빠지는가.

다시 수저를 들수 있을까. 카랑카랑하게 기도문을 외울수 있으실까.

 

 

친구 시어머니는 어머니의 지금 상태로 2년 넘게 계시다 돌아가셨다. 희망을 가져본다.

 

 

 

할 일을 다 한 낡은 의자가 생뚱맞은 곳에서 또 할 일을 찾았다.

바다가 바라보는 자리, 저곳에 앉으니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멀리서 바라볼때는 그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는데.

사람도 한 생을 마치고 또 다른 곳에서 쓸모가 있을까. 그가 남긴 행적이 비석이 되어 우리 가슴에 남는 것 말고.

그저 아무 쓸모없음이, 쓸모있음의 근간이 되는 문학, 을 겹쳐서 생각한다.

아니,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새털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것도 좋다.

해 보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받은 몸을 다 쓰고 미련없이.

 

 

 

 

이때 함께한 두 사람이 멀리 있다. 오늘 새삼 그들의 안위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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