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애통하다

칠부능선 2017. 8. 27. 13:00

 

  조카가 하늘 나라로 갔다.

  어린 아들, 젊은 아내를 두고, 누나, 형, 늙은 부모를 두고,

  친구들과 늙은 삼촌과 이모, 고모를 두고.  급성 뇌종양으로 급하게 갔다.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애통하고 애통하다.

 

  언니는 어찌 살까. 형부는 어찌 살까.

  형부는 장례식장에도 못 나오셨다. 언니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언니는 침착하게 장례를 치르고 있다. 엄마는 강하다. 언니가 믿는 하나님이 힘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조카가 이 땅에 받아온 시간이 여기까지였다고 애써 생각한다.

  훤칠한 체격에 수줍은 미소, 반듯한 예의를 떠올리니 자꾸 애통해진다.

 

 

  멀리 있는 이복 형제들과 친척들이 모두 모였다.

  웃을 수 없는 장소에서 반가운 만남은 난감하기 그지 없다.

  몇 년만에 만난 오빠는 지리산에 쉼터를 지어서 나눠줄 테니 모여 살자고 한다. 

  지난번 결혼식장에서 만났을 때도 들은 이야기다. 그때부터 지리산이 가깝게 느껴졌다.

  하기는, 한량 아버지의 그늘은 지리산을 덮고도 남는다.   

 

  나는 죽음을 애통해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고, 타고난 수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기때문이다.

  언젠가 결혼식장에서 덕담으로 들은,

  "할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죽고, 아들이 죽고, 손자가 죽기를... "

  순서가 없는 죽음에 대한 축복이다. 세상에 나온 순서대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은 그야말로 축제가 될것이다.

  늙고 병들어도 죽지 못하고 있는 육신들은 어쩌나.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공평하지 않는 죽음, 이것도 애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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