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시노래에 풍덩

칠부능선 2017. 8. 31. 21:56

 

 

시가 화면에 뜨면 징소리를 울린다. 시를 맞이하는 의식으로 징 정도는 쳐주어야 한다고

오샘이 인사동에 가서 '징'을 사왔단다.

 

각 단체에서 한 사람이 나와 낭송하면 오봉옥 시인이 시 해설을 한다.

지면으로 알 수 없었던 시인의 모습과 성격, 시의 배경을 조근조근 전해준다.

그러고 나면 가수 신재창이 시노래를 한다.

이렇게 8편의 시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1시간 30분을 조금 넘기고 끝났다.

 

몇몇 사람은 눈시울을 적셨다며 눈을 맞추지 못한다. 이런 감성 충만한 모습 참 보기좋았다. 

 오늘 내게도 시가 들어와 쓸쓸하면서도 가슴이 뻐근해졌다.

 

 

 

 

김포행 막차 / 박철

 

그대를 골목 끝 어둠속으로 보내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의롭지 못한 만큼을 걷다가

기쁘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울다가

슬프지 아니한 시간만큼을 취하여

흔들거리며 가는 김포행 막차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멀리 비행장 수은등만이 벌판 바람을 몰고와

이렇게 얘기합니다

먼 훗날 아직도

그대 진정 사람이 그리웁거든

어둠 속 벌판을 달리는

김포행 막차의 운전수 양반

흔들리는 뒷모습을 생각하라고

 

 

 

 

 

 

모래내 종점 / 천양희

 

 

늦가을 비내려 하루가 짧게 저문다

너무 춥네, 하듯이 가로수들이 헐벗었다

모래내 버스종점, 막차가 막 돌아온다

밤하늘이 어둡고 깊다 바람이 출렁,

뼛속까지 들어온다 마른 가지 끝이 흔들린다

그에게 세상은 가지 끝 오르기다 미끄러지기다

세상은 너무 미끄럽다니까

냉기도 뒤집으면 훈기가 된다고?

역 앞 마당이 썰렁하다 늙은 취객 하나

거위처럼 뒤뚱거리며 사라진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뭐, 새라고? 영화?

좋아하시네 하면서

흐린 불빛에도 으스러지는 건

지난 시간의 반짝이는 모래들, 모래톱들

누가 손을 넣어 그의 가슴을 뜯어내려는 건가

세상에는 물보다 더 맑은 눈물이 있다는 걸

水色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제 모래 속을 제가 들추어 보려는 듯

거기, 모래톱을 안고 사는 모래천변 사람들

지상의 그물 속에 그 물속에 걸리는 것은 모래뿐이지

물같이 흐르고 싶은 밤 모래 위에 앉아

밤새도록 꾸벅거리는 모래내를, 그렁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버스종점 그 끝에서 서서

 

 

                                        

시 해설을 하는 오봉옥 시인

 

 

 

아비 / 오봉옥

 

 

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나 안 들었는지.

 

 

 

 

시에 곡을 붙여서 부르는 가수 신재창, 언젠가 들은 그의 시노래도 좋았다.

시의 행을 바꾸거나 반복해서 부르기도 하는데 절묘하다.

 

 

 

 

멀리서 온 시인회의 식구들

                 

  

   생각지 않았던 사람들도 여럿 왔다. 은자, 신영, 제이... 3대 등장.

   박, 신, 이샘 친구들... 믿음직한 분당식구들...  모두모두 고맙다. 덕분에 잘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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