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어머니, 어머니

칠부능선 2017. 6. 1. 18:24

 

 

어머니, 며칠 전에 제 생일 지났어요.

그래, 미역국은 먹었니

아니요, 어머니가 안 끓여주셔서 못 먹었어요.

아이구~ 내가 이제 그거도 못하고 ... 애들은 왔니

네~ 모두 다녀갔어요. 그런데요 태경이가 이제 아범을 가지고 놀아요.

그래? 태경이가~~ 음하하하

 

태경, 시경이야기는 어머니가 웃으시는 지점이다.

 

살짝 정신이 없기는 하셔도 여전히

너 힘드니까 음식해 오지 말라, 네 시아버지 내 보내라, 잘 해주지 말라.

자주 오지 마라, 내가 전화하면 그때나 와라. 차 밀리기 전에 어서 가라

 

변함없는 말씀이다.

 

 

 

 

 

 

 

 

 

지난 주에 네째 작은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차례대로 오는 게 아닌 죽음은 아버님의 형제 중 막내에게 제일 먼저 왔다.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3일만에 가신거다. '두 분이 글슬이 좋으셨나보다' 냉큼 이 생각이 들었다.

작은어머니는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집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리며 쓰러져서 8시간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두 아들은 눈물바람을 한다. 77세, 아쉬운 나이이긴 하다.

그러나 내겐 부러운 죽음이다. 고통없이, 아니 고통이 있다고 해도 8시간만에 맞이한 죽음은 간명하다.

혈압약을 오래 먹다보면 혈관에 이상이 생겨서 복부에 핏줄이 터졌다고 한다. 혈압약을 장복하고 있는 내게도 가능성은 있는 일이다.

홀로,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친구들과 더 많이 놀다가 가셨어야 했다고 아쉬워하지만, 그건 평소에 해왔어야 하는 일이다.

 

어머니께 막내 동서의 죽음을 전하지 않았다.

오늘도 난 실없는 이야기만 하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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