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남편이 밤새 속이 쓰려서 잠을 못 잤다고 병원에 가겠다고 한다.
그 시간에 벌써 사람들이 많다. 복부초음파을 했다. 공복이니 나도 덩달아 2년에 한번 받은 정기 검진까지 했다.
나도 복부 초음파와 위조형술 검사를 했다. 췌장에 뭐가 보인다고 CT를 찍자고 한다. 생전 처음 하는 검사는 사람을 괜히 주눅들게 한다.
난 누워서 생각했다.
주변에 췌장암을 선고받은 사람은 거의 3개월에서 6개월 투병하고 저 세상으로 갔다.
맨날 '단방'을 기대했는데, 6개월씩 끄는 건 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가을에 잡아놓은 여행은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다지며 담담했다.
혈관을 통해 약이 들어가는 느낌이 선뜩하다. 열이 훅하고 오더니 입안에 약 냄새가 퍼진다. 아주 기분이 나빴다.
CT 결과는 0.9밀리 양성 물혹이라고 3개월 후에 변화를 보자고 한다. 일단 패스인 거다.
시간이 널널해졌다. 다시는 이런 기계 아래 눕지 말아야지.
오래 전에 무시하고 넘어간 병의 흔적을 또 발견했다. 이번엔 폐 질환이 지나간 것을 보여주었다.
참 웃기는 일이다.
맨날 아프다고 검진 자주하고 약을 무시로 먹는 남편의 속은 깨끗하고,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내 속은 병흔이 많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자각증세가 없었던 건 다행이다.
거금을 쓰면서 병원에서 4시간 가량을 보낸 수확은 나는 2년 동안 병원에 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2시에 '한조'에서 번개모임, 낮술을 한잔하는데....숙주볶음이 형편없이 나왔다.
후배가 25,000원짜리 안주가 이건 아니라고 항의(?)를 해서 다시 나왔다. 숙주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사과를 하고
서비스로 문어를 갖다줬다. 든든하고 이쁜 후배다.
야무진 후배가 다시 가지 않는 식당으로 점 찍힐 뻔 한 걸 구제한 셈이다.
난 이런 경우, 그냥 참고 먹든가 안 먹고 나와서 다시는 안 가는 걸로. 참 소극적에 바보스럽다.
8인과 헤어져 또 아쉬운 3인은 노가리에서 2차,
막걸리와 맥주, 청하, 취향대로. 함께 생각나는 분들께 전화을 해서 목소리를 돌리고.
반가운 소식 하나와 애타는 소식 하나... 모두의 평안을 위하여! 잔을 부딪치고.
적당히 흔들리는 기분을 꼭꼭 씹으며
탄천으로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