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날아라, 생명

칠부능선 2016. 3. 2. 19:34
 

     노정숙의 <바람, 바람> 9

 

 

         날아라, 생명

 

 

 

아랫녘 매화가 은은한 향으로 머리를 풀었다.

다문다문 여리게 핀 진달래 수줍은 품새

                              꽃바람 날리는 벚꽃이 깜빡 정신을 홀린다.

희고 붉은 송아리 철쭉은 질펀하게

뽀얀 목련은 우아한 자태로

분칠한 장미는 내놓고 요염을 떤다.

살짝 숨길수록 당기는 법, 감질나야 더 끌리는 데

숨길 줄 모르는 꽃들의 난장

저 치부를 드러낸 필사의 구애.

방사 밖에 수가 없는 지극한 꼴림

어쩔거나, 피어라 생명.

 

 

 

                                                              Energy of spring 2 by JAIM

 

 

                

벌은 꽃을 향해 단숨에 날아든다.

활짝 펴지 않은 봉오리 속까지 내리 섭렵한다.

그러다 잉잉 호박꽃에 갇히기도 한다.

한번 꽂으면 목숨을 바치는 게 벌의 정신. 목숨을 건 몸말,

드러낸 욕망은 차라리 순정하다.

나비는 진한 향으로 유혹을 해도 한 걸음에 내달리지 않는다.

예 슬쩍 제 슬쩍 곁눈질하며 나울나울 다가온다.

꽃에 앉는 것도 사푼, 속 깊이 들지 않는다.

 

 

수컷은 암컷을 찾아 날아다니고 암컷은 교미 후 산란에 목숨을 건다.

쾌락은 순간이고 대 잇기가 지고의 언명이다.

언명이 휘청휘청, 도처에 갑작바람 분분 휘날린다.

꽃이 열망하는 게 벌 나비가 아니듯 벌 나비의 짝도 꽃이 아니다.

다행이다, 동상이몽.

착각 없이 팍팍해서 어찌 살아 내겠는가.

꽃 벌 나비, 식상食傷한 봄 풍경이 어엿이 식상式像에 오른다.

 

 

 

       

  

                                                                       Energy of spring 3 by JAIM

 

 

                                <현대수필> 201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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