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수필
솔직히 말하지 마라
노정숙
“진짜 음치다.”
어느새 남편이 얼굴을 내 코앞에 대고 하는 말이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나 보다. 간 크게 직구를 날릴 건 뭔가.
흥얼거리던 노래가 ‘님은 먼 곳에’라서는 아닐 텐데. 내가 노래 못하는 건 나도 안다. 그렇다고 흥까지 없으랴.
그는 늘 솔직하게 말한다며 당당하다.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말고는 솔직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감정을 거르지 않고 내뱉으며 그것을 솔직하다고 선언하는 건 폭력이다.
솔직한 건 말이 아니라 믿음으로 스며드는 든든하고 명징한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는데 -’로 시작하는 말을 경계한다.
나는 아예 솔직하지 않기로 했다.
거동이 어려워진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셨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는 솔직한 통보를 말없이 인정한 결정이다.
어머니의 첫 공동생활이다.
“여기 사람들이 친절하고 좋다, 자주 오지마라” 말씀대로 일주일 만에 갔더니, “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곳에 아기들은 데려오지 말라고 당부를 해서 두 달이 지나고서야 어머니의 증손자를 데려갔다.
어머니는 아기의 손을 잡고 허허허 하하하 파안대소다. 소리 내어 웃는 게 얼마만 인가.
어머니의 화법은 난해하다. 무시로 아이와 어른의 세계가 뒤섞인다.
집에 계실 때도 ‘맛있다, 고맙다’를 달고 살았는데 어머니의 본마음을 어찌 헤아려야 하는지…. 왜 거슬리는 게 없었겠는가.
어머니가 맑은 정신으로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러고 보면 모순어법이기는 해도 어머니의 화법은 당신 아들보다
확실히 상수上手다.
“어머니 운동하셔요. 집에 어서 오셔야지요.” 희망고문이라도 하는 수 없다.
솔직할 수 없는 내 말은 솔직한 남편에게 늘 핀잔먹는다.
립서비스 좀 한다고 도덕법칙에 어긋나는 것도 아닌데, 그는 거울 앞에 앉은 내게 돌직구를 또 날린다.
“당신 많이 늙었네.”
<에세이문학> 2015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