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부부
노정숙
전화가 오면 멀리 나가는 남편, 내가 몰라야 하는 통화 내용이 무엇일까.
내 잔소리 버릇 때문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다시 잔소리 할 의욕도 없으니 다행이다.
저무는 계절에 다시 신세계가 열리려나.
아무도 모른다
오른손잡이라서 골병들 게 일한 건 오른손인데 왼손이 칭얼댄다.
어르고 달래주어도 흥흥거리더니 아예 비명을 질러댄다.
매일 하는 노동을 운동이라 우기는 오른손, 슬몃슬몃 거들기만 하는 왼손,
세상은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터 널
내 병명이 ‘팔목터널증후군’이란다.
손을 반복해서 쓰다 보니 팔목터널이 좁아지고 신경이 압박되어 나타나는 이상증세라고 한다.
컴퓨터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다. 명문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손만 혹사시켰나보다.
손을 쉬게 해야 터널 끝 환한 세상이 나온다는데, 손을 쉬게 해서 생길 내 마음 속 터널은 또 어찌 하나.
<에세이포레> 201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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