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터널 외

칠부능선 2015. 12. 2. 13:22

 

 

 

오래된 부부

노정숙

 

 

전화가 오면 멀리 나가는 남편, 내가 몰라야 하는 통화 내용이 무엇일까.

내 잔소리 버릇 때문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다시 잔소리 할 의욕도 없으니 다행이다.

저무는 계절에 다시 신세계가 열리려나.

 

 

 

 

 

아무도 모른다

 

 

오른손잡이라서 골병들 게 일한 건 오른손인데 왼손이 칭얼댄다.

어르고 달래주어도 흥흥거리더니 아예 비명을 질러댄다.

매일 하는 노동을 운동이라 우기는 오른손, 슬몃슬몃 거들기만 하는 왼손,

세상은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터 널

 

내 병명이 ‘팔목터널증후군’이란다.

손을 반복해서 쓰다 보니 팔목터널이 좁아지고 신경이 압박되어 나타나는 이상증세라고 한다.

컴퓨터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다. 명문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손만 혹사시켰나보다.

손을 쉬게 해야 터널 끝 환한 세상이 나온다는데, 손을 쉬게 해서 생길 내 마음 속 터널은 또 어찌 하나.

 

<에세이포레> 2015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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