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당신에게 - 태백 / 박 준

칠부능선 2016. 2. 15. 02:26

 

당신에게 - 태백


박 준

 

 

그곳의 아이들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여름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당신에게 적은 답서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이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으로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편지를 구겨버리고는
‘이 편지가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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