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봄이여 잔인한 형벌이여 / 이재무

칠부능선 2016. 3. 15. 16:30

봄이여 잔인한 형벌이여

이재무

 

 

또, 아프게 봄은 오는구나

새벽 휘두르며

병든 몸에 불을 지르며

가까스로 다스려온 生

충동질하고 부채질하는구나

내 아직 몸 속의 너를 다 보내지 못했는데

이교도처럼 봄은 몰려와

사망을 재촉하는구나

가지마다 잎들은 돋아나

허공 속으로 입 내밀어

젖살처럼 통통한 햇살 쪽쪽 빨아대고

가지마다 꽃들은 봉긋 솟아나

내 몸 벌겋게 발기시키는구나

아무는 상처는 덧나게 하고

시작하는 사랑에는 고통 주려고

심술 사나운 저 봄

여기저기 죄의 불을 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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