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우하하~~시인

칠부능선 2014. 8. 2. 15:18

나는 몇 번 만난 적 있는 그를 투덜이, 혹은 찡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쁜 후배가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1년 반 동안 매일매일 그가 쓴 진솔한 - 지나치게 솔직하여 거북하기조차 한 글을 읽으며 생긴 마음이다.

그것을 어찌 탓하랴. 시인은 멀리서 보는 게 좋다고, 아니 모든 공인은 멀리서 보는 게 좋다고 말한들...

셋이 만났다. 강남에서.

마포에 사는 시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복잡한 도시를 신기(?)해 하며 직구를 날렸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서... 하는 말이 "노정숙 선생은 왜 안오세요" 우하하하 시작부터 웃기는...

 

치수가 안맞는 헐렁한 남방, 만원 주고 샀는데 포장을 뜯었다고 안 봐꿔줘서 그냥 입는다고. 나는 예상한 모습이지만 후배는 기함을 한다.ㅎㅎㅎ

와인 두 병과 파스타, 리조또. 셀러드.... 시인과 어울리지 않는 메뉴다. 그래도 좋아한다며 열심히 먹는다.

어릴때 시골에서 어렵게 살면서 바가지에 담긴 달과 별을 많이 마셔서 건강하단다.

 

폭소 연속이었다.

자화자찬마저 귀염성이 있다.

그를 보면 몸속이 훤히 보이는 물고기가 생각난다는 후배의 시선이 또 웃기고...

 

오래 전에 연애하다 부인한테 들켜서, 벌로 2년 동안 교회에 나갔다는 이야기.

어느 대학에서 최고로 이쁜 여학생이 매일 앞자리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열공하는 바람에 가슴 떨렸는데 어느날 커피숍에서 보자고 했단다.

설레는 가슴으로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교수님 제가 정말로 존경하는데요 다음 달에 결혼하는데 주례를 서주세요. ㅋㅋㅋ

그 후부터 존경한다는 소리가 제일 싫은 말이 되었단다. ㅎㅎ, 

난 전에 들은, 읽은 이야기인데도 재밌다.

 

미국 강연 가서 화장실이야기, 거기다 휴대폰 빠뜨리고 와서 80만원짜리 휴대폰을 새로 샀는데,

그걸 또 며칠만에 잃어버려서 다시 산 그날,

160 만원을 긋고는, 너무너무 기분이 나빠서 강의 못하겠다고 통보했단다. 이건 문화센터 강의. ㅎㅎ

그때 160만원은 보통 사람들의 160억원과 같은 무게였다고. 그걸로 인해 자살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ㅎㅎㅎ 내 참... 능청스러운 화술에 우리는 마냥 웃었다.

 

솔직함이 전술이라는 그, 강의료 적게 주면 안 간다는 말까지... 우찌 그리도 솔직한지.

통속적인 시인이 오히려 신선했나보다. 점잔 빼는 속 모를 사람들 속에서 빛나 보였는지...

그를 떠올리니 히죽히죽 자꾸 웃음이 나온다.

 

중요한 건, 자화자찬도 용서가 될만큼 그의 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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