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 고미숙

칠부능선 2013. 4. 10. 21:39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작으면서 통통한 책이다. 부록을 빼고도 447쪽이다.

목차만 100족에 달하는 허 준의<<동의보감>>을 재미있게 풀어 소개한 글, 정도.

다른 책들에서 이해에 도움이 될 구절들도 많이 소개 한다.

종횡무진 공부하는 자의 놀이로 탄탄하게 쌓여있다.

이 책에서도 '연암'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우울증의 주인공이었다는 건 눈길을 끈다.

아, 부록까지 읽혀지는 책이다.

 

 

* 사람은 16세 부터 정기가 점점 줄어든다. 꼭 남녀의 정욕으로만 정기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고,

대상에 반응하여 보고 듣고 말하고 움직이는 데 모두 정기의 원천이 소모된다.

그러므로 석씨(석가모니)가 면벽을 하고 선가가 좌관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초를 다지고 고행으로 자신을 단련시켜 신기가 소모되는 것을 막는다.

이것이 바로 쟁생하는 방법이다.

<내경편> '기' 64쪽

 

- 이런 전제하에서 병을 고치는 '최고의, 최종의' 방편으로 '마음을 비우라'는 처방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명의 대명사인 편작이 치료할 수 없는 병 6가지.

 첫번째, 교만하고 방자하여 이치에 따르지 않는 것

 두번째,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재물을 중시하는 것

 세번째, 먹고 입는 것을 챙기지 않는 것

 네번째, 음양과 장기가 다 안정되지 않는 것

 다섯번째, 몸이 마르고약을 먹을 수 없는 것

 여섯번째, 무당을 믿고 의사를 믿지 않는 것.

 

*우울증, '반시대적인'질병"

 

- 연암은 민옹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 저는 단지 밥을 잘 먹지 못하고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것이 병입니다." 그러자 민옹이 벌떡 일어나서 연암에게 경하한다는 예를 행한다.

연암이 깜짝 놀라며 말한다. "옹께서는 어찌하여 제게 축하를 하시는 겁니까?" 민옹의 진단은 이렇다.

  "그대는 집이 가난한데 다행히도 밤 먹기를 싫어하니 재산이 남아돌게고, 잠을 못 잔다면 밤까지 겸해 사는 것이니 다행히도 곱절을 사는 셈이야.

재산이 남아돌고 남보다 곱절을 살면 오복 중에 수壽와 부富 두 가지를 갖춘 거지."

  그야말로 통쾌한 전복이다. 한편으론 기막힌 유머요, 다른 한편으론 순식간에 역전시키는 역설이다.   

  유머와 역설 - 치료의 기술 (민옹전)

 

* 덧달기 하나.

  니체는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누구보다 강렬한 우정의 철학을 설파했지만,

정작 자신은 정신병원에서 고독하게 죽어 가야 했다.

그런데 니체가 꿈꿨던 죽음을 실현한 이가 바로 연암이다.

69세 때 풍비가 와서 꼼짝할 수 없게 되자 연암은 약을 물리친 다음,

친구들을 불러들여 술상을 차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친구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를 들으며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명의 편작에서 융까지 치유본능에 충실한 의사들의 전언은 한결같다.

 

 "병을 만든 것도, 그 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도,

그리고 그 병을 치유할수 있는 것도 여러분 자신입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십시오!"

 

우리의 멘토인 허준의 전언이기도 하다. 그것이 곧 정기신精氣神이 발현이자

존재의 원초적 명령이기 때문이다.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  (0) 2013.04.29
풍경  (0) 2013.04.15
즐거운 숙제 4  (0) 2013.04.09
읽는 재미  (0) 2013.03.23
빌린 책에서  (0) 2013.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