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산, 숨결

칠부능선 2012. 6. 13. 00:00

 

  요즘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영장산에 오른다.

  오래전에 사 둔 등산화만 신고, 옷은 그냥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이다. 아, 등산용 잠바를 걸친다. 이것에 지퍼주머니가 있어서 휴대폰이 들어가니 좋다.

  탄천을 지나 지하차도로 성남아트센타까지 10분 정도 걸으면 산 입구다.

  봄구절초가 환하게 핀 초입에 대나무 펜스가 허술하게 서있다. 초입이 깔닥고개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이 아우성이다. 내가 내 숨소리를 경청한다. 아니 경청하지 않아도 너무 크게 들린다.

  가슴 뛸 일 없는 요즘인데, 그것이 벅차면서도 야릇하다.

  깔닥고개를 지나면 오솔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무장해제다.

  시작이 힘든 것도 맘에 든다. 갈수록 힘들어 뒷통수 치는 것 보다 얼마나 정직한가.

  

 

 

 

 

슬슬 나무들을 바라보며 망초꽃에게도 눈길을 준다. 길 위로 드러난 나무뿌리들을 가능하면 피해서 걷는다.

왜 저들이 위로 올라와 있는 걸까. 뿌리란 흙속에 뭍혀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흙이 소실된 탓이리라.

오래전에 봉화 청량산에서 등산객들에게 벌이던 흙 한줌 날라다주기 운동이 떠오른다.

 

 

 

 

찬밥에 멸치풋고추 조림을 넣고, 참기름과 통깨, 김치를 썰어넣어서 조그마니 뭉친다. 그런 후에 상치,쑥갓, 치커리에

참치쌈장을 살짝 넣고 쌈밥을 만든다. 생수와 토마토 한개 씩,  한시간 반 정도 산을 오른 후에 먹는 점심이다.

종지봉을 지나 한적한 숲 속에 우리의 아지트가 있다.

두어 평 쯤 되는 널찍하고 평평한 곳이 우리의 아지트다.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걷는 것 같기도 하다.

잠시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새들이 기웃거리고, 청솔모가 자발을 떤다.

 

돌아오는 길에 가끔 심장이 요동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잠시 앉아서 쉬는 벤치다.

벤치 아래 노란꽃이 이쁘다. 눈길 받지 않아도 제 할일 묵묵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가까이 봐야 이쁘다.

오래 봐야 이쁘다.

나 처럼. 히....

 

 

            

                                   사실은 산행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걷기다.

                                   일이 없는 날은 무조건 하루에 세 시간 할애하기로 했다.

                                   언제 변덕이 나서 이것도 못가게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시간될때 부지런히 몸에게 투자할 일이다. 시간을 쌓다보면 거친 숨소리가 조금씩 순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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