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그를 추억하다

칠부능선 2011. 12. 9. 10:14

 

위암으로 우리 곁을 떠난 ㅅ선생님의 부인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작년에도, 그 전에도 한번 만나자고 통화만 하고 만나지는 못했다. 아직 마음이 그렇다고...

단아한 모습 그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고 옅은 미소 속에서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실없는 농담도 하고.

여자 나이 50 이 넘어서 꼭 필요한 것 다섯가지 중에 남편이 없다는 말,

건강, 딸, 친구, 돈, 찜질방........ 이라고.      (여기서 찜질방은 취미생활이나 좋아하는 일이겠지)

 

완벽주의 남편 아래서 구순하게 살아온 그늘 없는 모습이다.

ㅅ선생님은 외동딸이 독일에서 학위를 받는데 독일어로 감사인사를 하는데 참 멋졌다고.

미국으로 유학가고 싶은 딸은 아빠 뜻에 따라 독일로 갔단다.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라고.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 없는, 꼿꼿한 안팎의 모습이 같다.

그 어려운 사람과 잘 어울려 준 문우들이 고맙단다. 만나온 사람들의 면면을 다 안다. 나랑 시 반에서 만나 수필반으로 합류한 깊은 인연이다. 그 연유까지도. 부인과 대화가 많았음이 보인다.

그의 집안에서는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귀감이 되었다고 한다.

유고집 <미완의 향기>를 만들어 장례식장에서 나누어주었다. 그가 못다 산 삶, 미완의 향기를 완성시켜준 셈이다.

 

속깊은 딸이 있고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오래된 친구가 있고,

경제적인 문제도 마련되어 있으니 참 다행이다.

35세 딸이 좋은 짝을 만나는 일만 남았다.

 

2주기가 다가온다. 겨울에 떠난 ㅅ님이 눈에 선하다.

 

 

 

 

'놀자, 사람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다짐  (0) 2012.01.05
오십 세  (0) 2011.12.18
<죽은 시인의 사회>  (0) 2011.11.26
고물들  (0) 2011.11.21
시청앞 6시  (0) 201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