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오빠, 미안해요

칠부능선 2010. 8. 9. 17:24

 

 

요양원에 있던 큰오빠가 떠났다.

이 더위 끝나면 한번 찾아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죽음에 이른 시간은 급박했다. 심장마비다.

마침 방학이라서 멀리 있던 손자, 손녀. 아들 셋, 모두 임종을 보았다.

 

우리는 우리 마음 편한대로 오빠가 고통없이 갔다고 안도하며

자주 못보던 친척들을 만나 한편으론 축제 같은 첫 날을 지냈다. 옛이야기 하면서 잠깐씩 웃기도 하면서.

어제,

입관 예절에 막내 중딩 손자까지 모두 참석했다.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내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오빠들이 나를 입관에 참석시키지 않았다.

오빠들한테 나는 여전히 막내였기때문에 충격받을까봐 그랬단다.

나 역시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 것을 보면 그때까지도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컸나보다.

할아버지의 임종을 접하고, 입관까지 바라본 조카의 아이들은 나보다 일찍 어른이 될 것 같다.

염을 하고 수의를 입혀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의젓하다.

오빠의 얼굴은 편안했으나 차가웠다.

 

나이로 봐서는 아쉬움도 있지만, 

육신이 자유롭지 못한 요양원 생활 2년을 생각하면서 남은자들끼리 위로를 한다.

큰오빠를 보내고 우리는 식당에 앉아서 천연스럽게 점심을 먹고, 취향에 따라서 커피까지 마셨다.

휼쩍이는 사람, 아무도 없이...

지난 주에도 우리끼리만 모여 즐겁게 놀지 않았는가.

오빠, 미안해요.

미안해요.

큰오빠~  엄마, 아버지 곁에 갔으니 괜찮은거죠.

 

주말에 큰 일이 후딱 지나갔다.

마음의 준비하고 있던 이별은 아직 오지 않았고, 난데없는 이별을 맞이했다.

이렇듯 우리의 생은 계획할 수 없고,

속수무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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