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울렁울렁

칠부능선 2010. 8. 24. 21:31

 

폭음을 했다.

몸이 약해진 건지 한 순간에 확, 가버렸다.

2차로 간 라이브 카페에서 그 옛날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로 돌아갔나 보다.

Take me home country road , 님은 먼곳에...

Cutty Sark 이라는 위스키가 너무 부드럽게 넘어갔다.

아니, 그 전에 소주를 한 병도 더 마신 듯 했지.

초저녁부터 작정하고 마신 술이 알딸딸 기분좋은 순간도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건 참을 수 있다.

그 좋은 술을 마시고 왜 게워내냐고 했던 게 언제였던가.

마구마구 토해내고. 속이 계속 울렁울렁,

종일 물만 마시다가 저녁엔 누룽지를 해서 먹었다.

속이 좀 진정되는 듯 해서 탄천을 나가니 비가 살살 온다. 상쾌하다.

어서 정신을 차려야지.

오늘 친구 만나기로 한 약속을 연기하면서 그냥 속이 아프다고 했다.

술병이 나서 약속을 미룬다면 이 친구들은 비주류라서 이해 못할 것이다.

 

무장해제 할 수 있는 편한 사람들이 느는 것은 행운이다.

망가진 내 모습에 혀를 찼을지도 모르지만,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아무리 마셔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나에 대한 낭설은 끝났다.

 

종일 쩔쩔매는 내 꼴을 보며, 남편이 실실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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