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을 했다.
몸이 약해진 건지 한 순간에 확, 가버렸다.
2차로 간 라이브 카페에서 그 옛날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로 돌아갔나 보다.
Take me home country road , 님은 먼곳에...
Cutty Sark 이라는 위스키가 너무 부드럽게 넘어갔다.
아니, 그 전에 소주를 한 병도 더 마신 듯 했지.
초저녁부터 작정하고 마신 술이 알딸딸 기분좋은 순간도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건 참을 수 있다.
그 좋은 술을 마시고 왜 게워내냐고 했던 게 언제였던가.
마구마구 토해내고. 속이 계속 울렁울렁,
종일 물만 마시다가 저녁엔 누룽지를 해서 먹었다.
속이 좀 진정되는 듯 해서 탄천을 나가니 비가 살살 온다. 상쾌하다.
어서 정신을 차려야지.
오늘 친구 만나기로 한 약속을 연기하면서 그냥 속이 아프다고 했다.
술병이 나서 약속을 미룬다면 이 친구들은 비주류라서 이해 못할 것이다.
무장해제 할 수 있는 편한 사람들이 느는 것은 행운이다.
망가진 내 모습에 혀를 찼을지도 모르지만,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아무리 마셔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나에 대한 낭설은 끝났다.
종일 쩔쩔매는 내 꼴을 보며, 남편이 실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