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노자 도덕경

칠부능선 2010. 8. 3. 21:18

 

노자도덕경

 

  2

  세상 사람이 모두 아름다움(美)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데서 추함이라는 관념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참함을 착하다고 여기는 데서 착하지 못함이라는 관념이 나온다. 그러므로 유와 무는 서로 그 대립자로부터 생겨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를 채워 주며, 긺과 짧음은 서로를 분명히 해주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 의논하며, 음音과 성聲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행동하지 않는데 의지하며 말없는 가르침을 계속한다.

  만물이 그에 의하여 움직이는데도 그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사물을 기르면서도 그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지 않으며, 무엇인가 행동하면서도 그에 기대지 않고, 일을 해내더라도 그에 대해 경의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경의를 받으려 하지 않는 까닭에 그는 그 도달한 바에서 내쫓김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7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언제까지라도 존재한다. 왜그런가 하면 자신의 목숨을 늘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토록 오래 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성인聖人은 사람의 뒤쪽에 몸을 두고 있으면서도 실은 언제나 앞쪽에 있고, 바깥쪽에 몸을 두고 있지만 실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그것은 그에게 사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바로 그 때문에 능히 그 자신의 이익이 성취되는 것이다.


  8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의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있으면서 이에 만족하는 데 있다. 따라서 물은 도道에 가깝다.

  사람들이 주거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지반이 튼튼한 땅을 좋아하고, 여러 가지 생각 중에서는 뜻깊은 것을 좋아하며, 벗을 사귐에 있어서는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말에 있어서는 신의 있는 것을 좋아하며, 정치에 있어서는 질서 있는 것을 좋아하고,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실효 있는 것을 좋아하며, 행동하는 데 있어서는 때를 어기지 않는 것을 좋아하면 어느 경우에도 다투지 않게 될 것이고. 따라서 결코 잘못되는 일도 없데 될 것이다.

 

  

  22

  "구부러진 것이 온전히 남는다." 곧으려거든 몸을 구부리라. 땅은 우묵 패인 곳이 있어야 물이 채워진다. 옷은 헤어져야 새옷을 입게 된다. 적게 가진 사람은 보다 많이 갖게 될 것이고, 많이 가진 사람은 근심할 뿐이다. 그런 까닭에 성인聖人은 오직 '하나'를 굳게 지키며 천하 만물의 규범이 된다.

 성인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그 존재가 맑게 나타나고, 스스로를 옳다고 여기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그 옳은 것이 드러나며, 스스로 뽐내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공功을 이루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그 이름이 오래 간다. 성인은 도무지 다투지 않는 까닭에 천하가 그와 맞서 다툴 수 없는 것이다. 옛말에 "구부러지는 것이 온전히 남는다"는 것이 있는데 이 어찌 빈말이겠는가? 진실로 그래야만이 사람은 끝까지 온전할 수 있다.



  33

  남을 아는 사람은 슬기로운 자이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은 더욱 명찰明察함이 있는 자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자이지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더욱 강한 자이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넉넉하고, 근면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뜻이 있는 자이다.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는 자는 장구할 수 있고, 사력을 다하여 생의 길을 찬는 놀겨을 그치지 안는 자는 장수長壽 할 수 있을 것이다.



  44

  명예와 몸 중 어느 쪽이 더 사람에게 절실할까? 몸과 재물 중 어느 쪽에 더 가치가 있을까? 얻는 것과 잃은 것 중 어느 쪽이 더 사람을 병들게 할까? 그런 까닭에 재물을 지나치게 아끼면 반드시 크게 낭비하게 디고, 재물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 두면 반드시 크게 잃게 된다. 만족할 줄 알면 굴욕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태하지 않게 된다. 그리하면 장구할 것이다.



  45

  자장 완전한 것은 무엇인가 모자란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 효용이 다함이 없다. 가장 크게 충만된 것은 텅 빈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 작용에 끝이 없다.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가장 뛰어난 기교는 서투르게 보이며, 뛰어난 웅변은 눌변처럼 들린다.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고요히 있으면 더위를 이길 수 있다. 맑고 고요한 것이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다.



  46

  천하에 '도道'가 행해지면 잘 달리는 빠른 말이 군마에서 물러나와 농사에 쓰이게 되지만, 천하에 '도'가 행하여지지 않으면 군마가 도성 밖의 가까운 들에 우글거리게 된다. 욕심이 많은 것보다 더 큰 죄는 없고,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없으며, 남의 것을 탐내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그런 까닭에 이것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넉넉하다.


  47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의 모든 것을 알고, 창밖을 엿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天道를 안다.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아는 것이 적어진다. 그런 까닭에 성인聖人은 나가지 않고도 알고, 보지 않아도 이름지을 수 있으며, 행동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이루어낸다.



  48

  학문을 하면 나날이 할 일이 늘어가고, '도道'를 행하면 나날이 할 일이 줄어 들어간다. 주고 또 줄어서 마침내는 무위無爲에 이른다. 무위의 경지에 이르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천하를 얻는 자는 언제나 행하지 않음으로 그것을 얻는다. 행하는 일이 있기에 이르면 이미 천하는 취할 수 없다.



  49

  성인에게는 고정된 마음이 없다. 백성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 “선한 사람을 나는 선하게 대한다. 그러나 선하지 않은 사람도 나는 또한 선하게 대한다. 이리하여 선이 얻어진다. 믿음성 있는 사람을 나는 믿는다. 그러나 믿음성 없는 사람 또한 나는 믿는다. 이리하여 믿음이 얻어진다.”

  성인은 천하에 모든 것을 포용하고, 천하를 위하여 그 마음을 분간키 어렵게 한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다 그에게 귀와 눈을 집중시킨다. 성인은 그들을 다 어린아이와 같이 대우한다.

  


  61

  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이 천하의 모든 흐름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큰 나라는 천하의 암컷이다. 암컷은 언제나 고요함으로 수컷을 이긴다. 그리고 고요히 있음으로 암컷은 아래에 있다. 그런 까닭에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 겸허하게 저자세를 취하면 작은 나라가 거기에 붙게 되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겸허하게 저자세를 취하면 큰 나라는 그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어떤 것은 저자세를 취함으로써 남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저자세를 취함으로써 남에게 받아들여진다. 큰 나라가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을 기르려는 것뿐이고, 작은 나라가 바라는 것은 큰 나라를 섬기며 보호를 받고자 하는 것뿐이다. 만약 양자 모두 각기 바라는 대로 하고 싶다면 마땅히 큰 쪽이 아래가 되어야 한다.



  67

  천하 사람들이 다 말하기를 나의 도道는 광대하지만 어리석어 보인다고 한다. 오직 크기 때문에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다. 만약 어리석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오래 전에 미세해졌을 것이다. 내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는바, 이것들을 나는 지니며 소중히 여기고 있다.

  첫째는 자애慈愛이고, 둘째는 검약儉約이며, 셋째는 천하 사람들 앞에 서지 않는 것이다. 자애하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고, 검약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널리 베풀 수 있으며, 천하 사람들 앞에 서지 않기 때문에 백관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는 자애를 버리고 용기만을 취하려 하고, 검약을 버리고 널리 쓰려고만 하며, 남의 뒤에 서는 일을 버리고 앞에만 서려고 한다. 이런 것을 죽음의 문으로 들어가는 일이라 한다. 자애를 가지고 싸우면 승리하고, 자애를 가지고 지키면 견고하다. 하늘이 그 나라를 구제하고자 할 때에는 자애를 가지고 호위한다.



  68

  훌륭한 전사戰士는 무용武勇을 떨치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자는 성내지 않으며, 가장 잘 이기는 자는 적을 상대하지 않고, 사람을 가장 잘 쓰는 자는 그들 앞에서 몸을 낮춘다. 이것을 다투지 않는 ‘덕德’이라고 하고, 이것을 남의 힘을 쓰는 길이라 하며, 이것을 하늘의 지고함과 필적하는 일이라 한다.


  

  71

  알면서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병病이다. 병을 병으로 알아야만 병이 되지 않는다. 성인聖人에게는 병이 없다. 자신의 병을 병으로 안다. 그런 까닭에 병이 되지 않는 것이다.



  73

  대담히 행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죽음을 당한다. 겁장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살아 남는다. 이 두 가지 행동에는 이로운 것도 있고 해로운 것도 있다. 하늘이 미워하는 까닭을 누가 알랴! 그런 까닭에 성인聖人조차 어떤 겨우에는 어려워한다. 하늘의 도는 다투지 않고도 잘 이기고, 말하지 않아도 잘 응답하며,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오고, 태연히 있어도 잘 모계謀計한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성기지만 놓치는 일이 없다.



  76

  사람은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으면 굳고 강하다. 초목도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으면 말라서 부서지기 쉽다. 그런 까닭에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속성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군대가 지나치게 강하면 교만해져 이기지 못하며, 나무가 강하면 부러진다. 강대한 것은 아래에 있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있다.



  81

  믿음성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성이 없다. 착한 사람은 따지지 않고, 잘 따지는 사람은 착하지 않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박식博識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성인聖人은 쌓아두지 않는다. 이미 남을 위해 다 썼건만 쓰면 쓸수록 더욱 많아지고, 이미 남에게 다 주었건만 주면 줄수록 더욱 풍요해진다.

  하늘의 도는 이득을 줄지언정 해는 주지 않으며, 성인의 도는 행할지언정 다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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