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고비에서 시베리아까지

칠부능선 2010. 7. 30. 00:32

 

'말은 말과 닮았다.

인생은 수만 마리 말語과 함께 달려야 하듯이 말을 타고 달리는 일은 자신의 말+을 아주 아껴야 하는 것이다.

의 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시작했던 사랑이 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내가 연필로 한 땀 한 땀 조각한, 내생의 지면에 씌어진, 시의 말굽에서 일어나던 먼 별의 먼지들.'

 -<passport> 중에서

 

김경주의 시집과 산문집을 같이 읽고 있다.

 

고비와 시베리아는 내가 좋아하는 지명이다.

비얀고비를 너무도 안일하게 가로질러 봤고, 시베리아는 근처만 맴돌다 왔다. 

한겨울 시베리아, 그는 내가 가지 못한 곳을 갔다.

한겨울 띵띵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순록을 타고 내달렸다. 가장 부러운 풍경이다.

 

러시아는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나폴레옹을 쫓아 프랑스까지 진격한 젊은 청년 장교들은 서구의 선진문화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부패한 제정 러시아의 황실에 맞서 혁명을 도모하지만 하루 만에 좌절하고 만다.

실패한 혁명가, 데카브리스트들.  발목에 쇠사슬을 차고 떠난 시베리아 유형, 혹한의 추위를버티며 그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들은 걸어서 걸어서 그 뒤를 따르고... 사랑은 그들에게 그 자체로 열렬한 유배였다.

그때 그들의 혁명이 성공했다면.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한인강제이주로 블라디보스톡의 10만 명의 우리 동포가 야간열차에 강제로 실려 동토의 변방에 버려졌던 기억을 상기시킨다. 시베리아의 삭풍을 달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황무지에 버려진 카레이스키는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이다.

오래전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났던 모국어를 잊어버린 슬픈 고려인이 떠오른다. 그때, 잔뜩 빚진 듯한 미안한 마음이 다 어디로 가버렸나. 나야말로 사막처럼 살고 있지 않는가.

 

사막에서 모래폭풍과 맞서보지 않고서는, 몸이 엮는 갈증의 막바지까지 내달려 보지 않고서는 사막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내 여행은 무효일수도 있다.

내가 하지 못한 경험을 한 그의 여행이 경이롭다.

사진으로 본 김경주는 감수성 예민한 미소년이다. 서른 중반에 든 그가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건...

내 참,

 

아, 나도 침묵을 배우는 여행이 고프다.

여행은 단지 중독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나의 지병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이런 산뜻한 가벼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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