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자코메티의 언어로 / 조현석

칠부능선 2021. 4. 7. 22:40

자코메티의 언어로
조현석


출근 후 컴퓨터 바탕화면의 작은 모래시계만 응시한다
작은 구멍 비집고 빠져 나가려는 비만의 모래들
언제 멈출지 모를 셀 수 없는 불안 하나하나 헤아린다

잔혹한 햇살, 배려 없는 그늘, 뜨거운 바람의 채찍이여
땡볕 속 지치지 않고 말라갔으니 나 죽기 직전이다
온 뼈마디마다 살려 달라, 고왔던 청춘 돌려 달라 소리지른다

모래가 다시 돌아올 날 기다리며 은하수 위에서 노를 저었다
그 사이 숨 쉴 틈 없이 돌아나가는 회오리의 생각을 나무란다
하루의 청춘 홀랑 태워 뼈만 남은 퇴근길은 지독하게 아득하다

말라비틀어진 생각 하나가 살찐 몸뚱어리를 측은해 한다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르는 영역 / 권영옥  (0) 2021.04.26
꽃이 찌른다 / 권영옥  (0) 2021.04.26
봄날은 간다 / 허수경  (0) 2021.04.07
기념일 - 유정숙에게 / 서정춘  (0) 2021.04.07
역병이 돌던 여름 / 이상국  (0) 202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