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고전적인 봄밤 / 박이화

칠부능선 2007. 7. 6. 09:29

 

                           고전적인 봄밤

 

                                                                                 - 박 이 화

 

송도기생 황진이의 사생활은 만고의 고전인데 신인가수 백모양의 사생활은 왜

통속이고 지랄이야 내가 보긴 황진이는 불륜이고 백모양은 연애인데... 그렇거

나 말거나 나는 가을밤 황국 같은 황진이도 좋고 봄밤의 백합 같은 백모양도

좋은데... 좋기만 한데 왜 이 시대엔 벽계수를 대신해 줄 풍류남아가 없고 지

랄이야 명월이 만공산할 제 달빛 아래 휘영청 안기고픈 사나이가 없고 지랄이야

아,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운 길 어이타! 이 몸과 더불어 유장하게 한 번

뒤척여 볼 박연폭포 같은 사내가 없고 지랄이야

 

봄밤은 고전인데

이화에 월백하는 봄밤은

만고강산의 고전인데

 

-시집 <<그리운 연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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