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또 다른 시각

칠부능선 2007. 4. 20. 17:25

<퍼옴>

 

온통 버지니아 공대난사 사건으로 도배되어 들끓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현재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 박정희님의 글입니다.

그는 자유롭게 철학에세이를 쓰는 분입니다.

 

 

 한국인의 과잉반응

 

                                                                                                                  박정희

 

버지니아 테크 유니버시티 의 총기난사의 범인이 한국계 조승희 군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대한민국과 온 교포사회가 떠들석하다.    특히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세번에 걸쳐 유감을 표명하면서 공식적인 사과의 발언을 하고, 또 정부차원의 공식 사절단을 보내느니 , 아니면 범교포적으로 촛불집회 혹은 모금을 하느니 하면서 떠들석한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승희라는 한 정신병력이 지닌 한국계 미국청년의 범죄에 마치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홍보하려는 듯한 어리석은 태도는  과유불급이라는 한국의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비록 조승희군의 법적지위는 영주권자로서 국적은 한국인이지만,  그는 8 세에 부모를따라 미국에 온 이민 1.5 세이다.    그는 미국에서 교욱을 받고, 미국이란 문화환경속에서 성장한  한국계 미국인이지 한국인이 아니다.   그에게 한국은 영원한 낯선 이방지대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정부가 이번사건의 책임이라도 지겠다는듯이 나오는 태도는, 좋게 보면 동방예의지국의 태도이지만, 나쁘게 보면, 한마디로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 민족주의적인 좁은 사고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미국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을 자국민 취급을 하는듯한 태도는 조금 도를 지나치는 행동이다.    이러한 한국정부와 한인교포사회의 과잉반응은 양식있는 미국인들에게 오히려 한인교포들을  "비미국화된 이질적인 존재"로 각인시켜줄 위험마져 있다.

미국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들도,  정말로 자신이 택한 제2의 조국인 미국을 사랑한다면, 조승희군의 사건을  미국사회의 비극으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사회와  문화가 배태시킨 사회적문제이면서 개인의 비극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같이 슬퍼하여야 한다..      9.11 이 터져도, 혹은 컬럼바인에서 똑 같은 총기난사가 벌어져도 마치 강 건너불을 보듯이 무심하던  한국계 미국인들이, 갑자기 이번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마치 단결을 과시라는듯이 나서는 태도는,  아직도 그들이 자신이 택한 제2의 조국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못하고, 아직도 영원히 "정신적인 한국인"으로서 남아있다는 사실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학원내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특유의 문화이다.    18세 이상의 성인은 누구나 총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과  폭력을 예찬하는 pop 문화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폐증에 시달리던소외된 한  젊은이가 벌린 가장 미국적인 사건을 , 단순히 그가 한국계라는 이유하나 만으로 한국정부와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라도 하겠다는 나오는 발상은 오히려 양식있는 미국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의아한 의구심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며, 사실상 의  "외교적인 결례"에 해당하는 오지랖 넓은 행동이 아닐까?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지난 컬럼바인사건의 경우 미국의 언론은 사고를 낸 범인들의 가족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하였다.   그들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신문에서는 단 한줄 그들의 인적사항에 관해서는 찾아볼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의 언론들은 조군의 부모의 실명은 물론 그들의 과거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기에 바쁠 뿐만 아니라, 아직도 젊기만 한 조군의 누나의 출신학교와 다니는 현 직장까지 상세히 추적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설사 조군의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들도 한 개인으로서 개인으 privacy 가 침해되지 않을 기본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조군의 부모와 가족들이 흥미의 대상이 되는것은 할 수 없겠지만, 과연 독자들에게 그들의 실명과 출신학교및 현 직장까지 밝히는것이  공익에 무슨 도움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번 불행한 사건으로 희생된 꽃다은 32명의 젊은 학생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그러나 정작 그 범인인 조승희군도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 태어나서 어렸을때 부터 자폐증 증세를 지녔던 조군,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접근조차 받아드리지 못했던 어린이였다고 한다.    8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어린 소년이, 그 동안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왔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지는 못 한다.

그러나, 아직도 앳된 모습이 엿 보이는 조군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 이 순간  저렇게까지 증오와 분노에 찬 자멸적인 악마로 변했나 , 그가 견뎌와야 했던  괴로움과 상처를 우리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의 용서받지 못할 반인간적인 범죄에도 불구하고, 그를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 자신과 주변을 먼저 돌아다 보아야 할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헐 벗은 사람들과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괴로와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많다.    부처님이나 예수님을 들먹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같은 사회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과연  그들이 격는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공동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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