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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의 매력 / 신선숙

숙제를 잊고 푹 빠져서 읽었다. 작가는 평범하다고 말하지만 평범한 삶은 아니다. 전력투구하며 살아낸 시간이다. 그의 건강하고 활기찬 에너지, 주위에 대한 관찰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에서는 비실비실 실소가 지어진다. 그러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그의 큰 슬픔에 목울대가 뻐근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그대로 스며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너그러운 미소의 품이 넓은 인상이 만들어진 과정의 기록이다. 삶은 넘어서기다. 넘어선다는 것, 고통과 불행을 넘어서면서 상처와 한을 갖지 않고, 오히려 관용을 품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내가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이 '점'을 보는 일이다. 미래에 대해 알게 되면 이리 마음이 커지는 건가. 갈수록 모르는 게 많다. 오래전 내가 갔던 가야산 '마음수련'을 만난 것도 반..

놀자, 책이랑 2024.06.08

미오기傳 / 김미옥

김미옥의 두 번째 책이다. 이번 책은 단숨에 읽었다. 서사는 힘이 세다. 『미오기傳』은 맛깔난 수필이다. 그가 살아낸 시간의 기록이다. 통탄해야할 기억에 큰 스프링을 달았다. 명랑하게 통통 튄다. 수필가들이 배워야할 덕목이다. 김미옥, 그는 실력과 배려심를 갖춘 드물게 멋진 여자 사람이다. 그는 귀신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달관자, 능력자다. 그의 삶이 경이롭다. ​​​프롤로그​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때마다 나는 과거를 불러 화해했다. 쓰고 맵고 아린 시간에 열을 가하자 순한 맛이 되었다. 나는 술래잡기하듯 아픈 기억을 찾아내 친구로 만들었다. 내 과거를 푹 고아 우려낸 글, '곰국'은 이렇게 나왔다. .....책 제목은 『미오기傳』이지만 시간순으로 쓴 글은 아니다.말하자면 통증지수가 높은 기억의 통각점..

놀자, 책이랑 2024.06.03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김미옥

활자중독자 김미옥이 感으로 읽고 覺으로 썼다는 이 책을 나는 각을 잡기 위해 아껴가며 읽었다. 마이너 세계의 보석을 찾아내는 기쁨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짧은 소감문이지만 정수를 전해준다는 믿음이 간다. 매일 한 권 이상을 읽고 쓴다는 그를 누가 당해낼까. 나는 종일 글렌굴드가 연주하는 바흐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이 늘었다. ​ 위태로운 청춘을 무사히 건너게 해준 것이 독서였다면 나를 읽으켜 세운 것은 글쓰기였다. 오랜 세월 동안 내 글의 유일한 독자는 나였다. 글쓰기는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였다. 생각하면 나는 죽고 싶을 때마다 글을 썼다. ​ 부정과 거부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내가 얻은 것은 공황장애였다. 의사도 고치지 못한 증상을 낫게 한 것은 글쓰기였다...

놀자, 책이랑 2024.06.03

주황색 거짓말 / 권담희

스프링 '락'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은 스프링이 없는 마차와 같다. 길 위의 모든 조약돌마다 삐걱거린다." 헨리 워드 비티의 말을 인용하며 '작가의 말'을 시작한다. ​ 유머수필을 염두에 두고 써서 일까. 지긋이 가슴 아픈 이야기에서도 슬몃 미소를 짓게 한다. 작가에게 불우가 재산이라는 말을 또 해야하나.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이 속깊은 아이로 자라게 했다고 해야하나. 나는 격세지감을 말하기도 부끄러워진다. 배울 것이 많다. 드물게 탄탄한 첫 작품집이다. 수필의 본령이라는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배움과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박수보낸다. ​​ * 남편은 면수 같은 사람인 듯하다. 딱 간장만 넣어야 맛이 나는 사람인데 거기에 나는 메밀 사리도 없이 새빨간 ..

놀자, 책이랑 2024.06.01

<동키호택> 북토크

후배들과 약속해 둔 날이다.​임택 작가 딸 임채린씨가 사회를 봤다. 자연스럽게~ ​내게 시낭송을 부탁했는데 난 이제 앞에 나가기가 싫다. 마침 애영씨가 수락을 해서 읽었다.    어린 당나귀 호택재생1 어린 당나귀 호택 ​​어린 당나귀 호택노정숙 (낭독 정애영)​​뜨거운 햇살폭우와 폭설을 묵묵히 받으며 등짐 지고 걷는다등짐이 거칠고 무거워도 그냥, 길을 걷는다 ​드넓은 초지는 너의 식탁가끔 먹는 딱딱한 빵은 달콤한 간식순한 눈빛 아래 강철 같은 고집은 선지자의 기질위험을 느낄 때 아니고는 무심한 동키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어디서 잘지 걱정 없는 여덟 살 호택 서서 먹고서서 자는 꼿꼿한 시간이 흐른다​앞뒤로 걷는 순례길에궁금한 게 많은 예순 살 택씨는거침없이 해찰하며 여물며호택을 닮아간다 애틋한 동상..

아부다비 / 두바이

예레반에서 마지막날이다. 호텔 조식에 가지 않고, 가져간 컵라면과 미싯가루로 아침을 먹고 7시 40분 아르메니아 공항으로 출발.코가서스, 이곳에서 캅카스 산맥을 두르고 있는 나라들 모두 이렇게 뱅기에 오른다. 순발력있는 권 선생 작품 ㅎ     뱅기 오르는​아랍에미레이트는 모래 사막에 세운 도시다.​​1시 30분 경 수도 아부다비 도착해서 버스로 두바이로 이동 ​두바이 몰에 들어서니 여전히 화려하고 정신이 없다. ​​​탈없이 잘 마쳤다. 두바이 공항에서 널널하게 시간을 보내고 10시 20분 출발다음날 11시 50분 인천 도착, 주차해두었던 카니발을 타고 1시 40분 경 집에 도착.공항 오가는 길을 김 선생이 수고해줘서 너무도 편하게 잘 왔다. 모두 감사, 감사~​완성,여행이 완성은 집으로​남편은 잘 지내..

낯선 길에서 2024.05.28

예레반, 케스케이드

같은 호텔이라 궁금할 것도 없는 아침을 걸렀다. 모처럼 속이 가볍다. 안 먹던 세 끼니를 오래도 잘 먹었다. 9시 30분 출발이던가. ​베르니사지 프리마켓에 풀어놓았다. 눈요기를 많이 하고 머플러를 4개 사고, 시간도 넉넉해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 ​10불, 15불짜리 반지를 샀다고 자랑하는 35세 모니카​​가는 길에 예정에 없던 '아르메니아의 어머니상'을 보고 갔다. 내가 염 선생이 부탁한 사진을 찍기 위해 물어본 것이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겪었기때문에 아르메니아 어머니는 오로지 칼로 응징해야한다는 의미인 듯. 단호하다.​​​아르메니아 대학살 추모 공원을 돌고 당시 100만에서 300만명이 학살 당했다고 한다. 아직 사죄하지 않는 가해국이 터키라고 한다. 우리에게 천절한 형제의 나라,궁구할 게 ..

낯선 길에서 2024.05.28

아르메니아 / 예레반, 가르니

모처럼 호텔이 붐볐다. 10시 출발 1시간 가량 걸려 가르니로 갔다. ​가르니 신전 ​​ ​몇 년만에 또 뛰어봤다. 내 그림자에 좀 여윈 낙타가 여전히 살아있네. 가이드 모니카가 ​​4명씩 겔로퍼를 타고 가르니 주상절리에 내려왔다. 기막힌 신의 작품​석류 착즙 쥬스도 한 잔 마시고​​​​점심을 먹고 게하르트에서 1시간 달려 코르비랍. 이곳에서도 노아의 방주 도착지인 아라앗산이 보인다. ​​​​​1시간 정도 달려 에치미아진 대성당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했다는, ​​이곳 사람들이 잘 차려입고 오는 곳인 듯, ​시내를 걸어 공화국 광장으로 가는 길에서장미꽃 앞에서 아이를 세워놓고 사진 찍는 엄마들... 국적 불문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 맨발의 여인​오페라하우스​​참으로 조촐한 공화국 광장의 분수쇼..

낯선 길에서 2024.05.28

아르메니아 / 딜리잔, 세반

사다클로까지 1시간 30분 달려와서 버스에서 내려, 케리어를 끌고 두 번째 국경을 넘다. 조지아처럼 길지는 않았다. 200m정도. 그때보다 사람이 엄청 많이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참으로 고전적인 국경 통과다. 아르메니아의 첫 인상은 무뚝뚝이다. 조지아가 유럽 중세풍이라면 이곳은 공산주의 냄새 짙은 러시아풍이다. ​조지아 출국장이다. 이곳을 지나 한참 걸어가면 아르메니아 입국장이 있다. ​국경을 통과하고 한 시간 정도 달려서 전통마을인 딜리잔에 도착​​​마을에 있는 식수​​바다같은 호수가 있는 세반 아방크 수도원 ​커다란 개들이 저 계단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한바탕 시끄러웠다. 이런 건 이색 풍경이다. 어디서건 순하게 어슬렁거렸는데...​수내동에 산다는 80세 부부, 가장 잘 드시고 잘 걷고 저리 손을..

낯선 길에서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