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몸 - 노정숙 몸 노정숙 가슴이 두근거린다. 얼굴이 하얀 의사는 살짝 미소까지 띠며 말한다. 지금 내 심장의 상태는 빈혈이 심해서 내가 편히 누워있을 때도 100미터 달리기 중이라고 한다. 내 혀가 달큼한 유혹에 노닐고 내 눈이 깜빡 즐거움에 빠진 시각에도 심장은 저 홀로 숨이 가빴던 것을 왜 알아.. 수필. 시 - 발표작 2017.04.02
청춘과 꼰대 청춘과 꼰대 노정숙 오래 전, 셋째오빠는 아버지가 없을 때 아버지를 ‘꼰대’라고 칭했다. 어렸던 나는 왠지 면구스러웠고 나이가 들면 모두 꼰대가 되는 줄 알았다. 문화예술비평지『창』에서 꼰대마인드가 나라를 망쳤다는 비평문을 읽으며 언짢은 기분이 드는 걸 보니 나도 꼰대가 .. 수필. 시 - 발표작 2017.03.26
아무래도 나는 <그림이 있는 수필> 아무래도 나는 노정숙 광장에 물결이 일렁인다. 가까이 할 수 없는 물결들이여, 늙어도 청춘은 노란빛 파도를 타고 젊은 노인은 고래의 깃발을 올린다. 태극기가 펄럭이면 촛불이 꺼진다. 촛불 자락에 태극기가 불탄다. 나는 이쪽저쪽 좋은 것을 찾아 팔랑팔랑 귀.. 수필. 시 - 발표작 2017.03.08
술, 여럿이 혼자서 술, 여럿이 혼자서 노정숙 유리창에 ‘낮술, 혼술 환영’이란 문구가 붙어있다. 행사를 마치고 같은 방향으로 오던 셋이서 ‘한잔만’ 하며 들어간 술집이다. 혼자 창밖을 보고 앉을 수 있는 자리와 테이블이 대여섯 개로 아담하다. 정면에 오래된 LP판이 빽빽하게 줄 서있고 옛날식으로 .. 수필. 시 - 발표작 2017.02.23
젖은 속옷 젖은 속옷 노정숙 미끈한 정장에 샬랄라 실크머플러를 두르고 우아하게 우와, 꿈에서도 환한 미소를 매달고 지긋이 품위롭게 괜찮아 괜찮아, 좋아 좋아를 달고 산다. 젖은 속옷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는 가끔 딴 나라에나 가서 상처를 어깨걸고 결핍을 부풀리며 슬픔에 슬픔을 잇.. 수필. 시 - 발표작 2017.02.15
겨울 바이칼을 향해 겨울 바이칼을 향해 노정숙 땡땡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마차로 건너는 것이 꿈이었으나 늦가을에 훌쩍 떠났다. 지방의 조용한 기차역처럼 생긴 이르크츠크 공항, 국제선 역사가 참으로 조촐하다. 오래전 모스크바의 세르메체보 공항에서 느낀 살벌함은 줄었다. 동토를 실감하며 바로 .. 수필. 시 - 발표작 2017.01.04
부부 진혼곡 + 단평 (한상렬) 부부 진혼곡 노정숙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의 당부는 집에 계시는 ‘아버님께 잘 해주지 말라’는 것이다. 기본만 대충 해드리라고 한다. 나쁜 것은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권해도 소용이 없다. 한때 아버님의 실체 모르는 바람이 어머니께는 요지부동의 상처가 되었다... 수필. 시 - 발표작 2016.11.29
겨울 채비 노정숙의 <바람, 바람> 12 겨울 채비 지나온 길 위에 떨어진 흔적을 보네 때로는 꽃보라로 때때로 풋이파리로 이따금 가시를 흩뿌리며 겨우 섰네 몸체보다 깊은 뿌리를 위해 땀과 눈물과 열정을 쏟아 부었지. 벌 나비 새는 정겨운 벗 살가운 훈기로 속살을 오르게 하고 강풍과 폭설은 .. 수필. 시 - 발표작 2016.11.29
피어라, 오늘 노정숙의 <바람, 바람>11 피어라, 오늘 70년을 사는 솔개는 40살 쯤 되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노쇠한 몸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반년에 걸쳐 새 몸을 만드는 것이다. 산 정상에 올라 바위에 낡은 부리를 쪼아서 빠지게 한다. 서서히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 부리로 무.. 수필. 시 - 발표작 2016.08.18
폐허 폐 허 노정숙 노동자 출신 작가 이인휘가 몸을 관통해서 쓴 소설『폐허를 보다』, 다섯 편의 중 ․ 단편이 모두 한 맥으로 흐른다. 80년대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인간 해방, 노동 해방의 뜻을 품고 많은 목숨을 던졌지만 이들의 피의 값은 터무니없.. 수필. 시 - 발표작 201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