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 김혜순 지평선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눈을 뜨자 닥아오는 .. 시 - 필사 2008.07.29
삽 / 정진규 삽 - 정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 토록 입술에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 주 잘 드른 소리, 그러면서도 한두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 (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 시 - 필사 2008.07.27
수선화, 그 환한 자리 / 고재종 수선화, 그 환한 자리 - 고재종 저기 뜨락 전체가 문득 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 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샛노란 꽃을 밀어올리다니 네 오롯한 호흡 앞에서 이젠 나도 모르게 환해진다 거기 문득 네가 있음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 시 - 필사 2008.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