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말
정 양 詩
이지상 곡 노래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줄로 쓴 말
대문짝만한 큼직한 글짜엔
시리디 시린 통증이 몸에 감긴다.
"정순아 보구자퍼 죽것다 씨벌"
"정순아 보구자퍼 죽것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그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둘러 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 무식한 밀물이 밀려 오고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면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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