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봄밤 / 김사인

칠부능선 2006. 7. 18. 21:40

   

     봄밤  /  김사인

 

 

 

 

  나 죽으면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 도ㅑ 형, 요새 삼마넌짜

리도 많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형은 오마넌은 내야도ㅑ 알

었지 하고 노가다 이마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

냄새로 출렁거리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아무개(47세)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젊잖은 식장 복

판까지 쳐들어와 비닐봉다리를 쥐어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

자고, 뽀뽀를 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대는

봄밤이다.

 

 

  좌간 우리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야 혀 자슥들아 하며

용봉탕집 장사장(51세)이 일단 애국가부터 불러제끼자, 하

이고 우리집서 이렇게 훌륭한 노래 들어보기는 츰이네유

해쌓며 푼수 주모(50세)가 빈 자리 남은 술까지 들고 와

연신 부어대는 봄밤이다.

 

 

  십이마넌인데 십마넌만 내세유, 해서 그래두 되까유 하며

지갑을 뒤지다 결국 오마넌은 외상을 달아놓고, 그래도 딱

한 잔만 더, 하고 검지를 세워 흔들며 포장마차로 소매를

서로 끄는 봄밤이다.

 

 

  죽음마저 발갛게 열꽃이 피어

  강아무개 김아무개 오아무개는 먼저 떠났고

  차라리 저 남쪽 갯가 어디로 흘러가

  칠칠치 못한 목련같이 나도 시부적시부적 떨어나졌으면

싶은

 

 

  이래저래 한 오마넌은

  더 있어야 쓰겠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