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사와로 선인장 / 엄옥례

칠부능선 2025. 2. 12. 23:26

봉화는 엄옥례 작가가 태어난 곳이다. 청량산이 있는 봉화는 오래전, 다정한 기억이 있다. 순박한 산세가 곧고 고운 마음의 작가를 키워냈는지도 모른다.

독서심리상담사로 활동하며 느낀 이야기들이 새롭다. 독서로 심리상담을 하며 치료가 된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책이 사람을 새롭게 키운다고 생각하니까. 좋은 책은 그러하지만 곁에 두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일테니 참 보람된 일이리라.

당차게 확신하며 선택한 결혼 생활을 잘 헤쳐온 저력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웃는 얼굴을 만든 듯 하다.

처음엔 상큼하게 시작했는데 계속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삶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주위에 시선을 넓히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 글을 쓰다보니 나에게만 쏠렸던 시선이 조금씩 밖으로 향하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과 사물들에게 눈맞춤하며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그리움과 애처로움, 사랑과 감사의 정서로 글을 지었다.

누군가에게 닿아 한 자락 미소가 번질 수 있기를!

- 작가의 말에서

미소 지은 대목이 많았다. 일단 작가의 말에는 성공한 셈이다. <오브신케>에서 첫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기지떡>에 비유하며 쓴 글을 보며 '순흥병관'이란 곳에 기지떡을 검색했다. 주문 직전에 달다는 평을 보고 포기했지만.

<잔나비를 오마주하다> 우리동네 최정훈을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다음씨네 아래층에 휴식실을 가지고 있던 그는 요즘 성공?을 해서 좋은 집으로 이사했는데, 그 집을 빼지 않고 임대료를 내고 있단다. 그때부터 자신의 좋은 기운이 왔다고. 아주 예의바른 청년이라는 것이 쥔장의 말이다.

이런 순수한 덕심을 가지는 것도 참 좋다.

* 자격증을 손에 쥐니 용기가 차올랐다. 노인의 외로움을 다독이고 청소년에게 희망을 불러넣는 일을 자청하였다. 간혹, 우울증을 못 이기는 노인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짓궂은 학생의 장난에 넘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는 허탈감이 온 신경을 타고 돌았다. 가족들 뒤에서 조용히 내조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모나고 울퉁불퉁한 심성을 감싸안아 둥글게 어루만지는 것이 내 일 아닌가. (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