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OST, 그 이야기의 시작 / 김소현의 영화에세이

칠부능선 2025. 2. 2. 13:50

절친 소현씨의 세 번째 책이다.

영화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내가 푹 빠지지 못했던 영화, 음악까지 책을 읽으며 계속 찾아 들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성공한 거다. 몰랐던 음악 배경과 역사, 상식을 많이 알게 되었다.

20여년 전 수필반에 처음 왔을때가 선하다. 멋진 모습에 까칠한 인상이었다. 과묵한 윤교수님이 '비보통'이란 별칭을 지으셨을 정도다. 분당수필문학회 회장을 하며 그 모서리가 둥글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두루뭉수리 (?)하지는 않다. 그 민감함이 그의 매력이다. '겉빠속촉'이 떠올라 혼자 웃는다. 속정이 많지만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음악에 진심인 그의 삶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아낌없이 박수보낸다.

오랜 시간 함께한 여행지와 공연이 소환되어 더 좋았다.

* .....

어디서건 시끄럽고 복잡한 배경에서도 내 귀엔 음악이 들린다. 좋은 음악은 훌륭한 연설과 같아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오늘도 작곡자가 자신만의 물감으로 채색한 그런 '연설'을 찾아 한껏 가슴을 연다. 독자가 책 속의 음악을 한 곡이라도 찾아 듣는다면 이 책은 성공이다. 죽는 순간까지 리라를 놓지 않았던 오르페우스처럼 남은 생도 음악과 함께하고 싶다.

-<작가의 말>중에서

* 누에보 플라멩코는 전통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재즈, 록, 살사, 블루스 같은 다양한 장르와 접목하여 플라멩코를 현대적인 예술로 만들어 오늘에 이르렀다. 탱고가 우아하면서 애틋하다면 혼자서 추는 플라맹코는 더 열정적이고 처절한 내면의 소리를 듣는 듯하다. (51쪽)

*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곳곳에서 영화 <대부> 주제곡이 흘렀듯이, 그리스 산토리니 섬, 크레타 섬, 로도스 섬 거리 곳곳에서 작은 아코디언을 든 아이들이 Never on Sunday를 연주하며 관광객에게 동전을 구걸하고 있었다. 걸출한 가수들이 많고 유명한 노래도 많은데 그리스 거리에 유독 그 노래만 울려 퍼지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영화가 성공한 이유도 있겠지만, 일리야로 대변되는 그리스라는 나라의 실체를 보는 것도 같았다. (64쪽)

* 한때 예술가는 외모도 뛰어나야 한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그녀는 늙고, 왜소하고, 바가지를 엎어놓고 자른 듯한 독특한 머리 스타일이 조금 특별한 느낌을 줄 뿐, 아름다움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손자들을 끼고 앉아 기묘한 옛 얘기나 들려줄것 같은 외모 그 어디에 예지가 숨어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그녀을 보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진리를 되새긴다.

신은 인간에게 각기 다른 역할을 준 듯하다. 너는 그림을 그려라. 너는 노래를 불러라, 너는 춤을 추어라, 너는 죽을 때까지 등에 칠판을 지고 다녀라.... 해비치 해변에 누운 내게 너는 음악만 들으라고 누군가 속삭이는 듯하다.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195쪽)

* 인생길에는 생각지 않은 복병들이 숨어 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튀어나와 웃고 울릴는지 아무도 모른다. 즐겨 듣는 음악방송에서 음악이 흐른다. Sunrisw Sunset, 오늘도 해는 뜨고 또 다시 지고, 그렇게 삶도 흘러간다. (264쪽)

마지막 쳅터에 '삶, 그 풍경'에 솔직한 일상이 펼쳐진다. 현실에서 한쪽 발을 든듯, 감성 충만한 귀염이 있다.

<고독한 귀차니스트의 일기>, <나태와 안일>, <커튼은 알고있다> ...

<인연 찾기>에 나선 멋진 아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