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내다
김계수
밭둑 드나드는 자리
키 넘어 자라 달아오는 살딸기나무
오가는 나를 염려하여 길 쪽으로 뻗은
가지 서넛 잘라내었다
붉어지기 전 살 올라 두툼한 노랑,
다음 날
다시 밭을 오르니
잎과 가지는 쪼그라져 말라가고
내 염려를 벗어났던 노란 열매가
잘렸던 가지에서 익어가고 있다, 빨갛게
그 잘린 가지와 잎에서 밤새 끌어모았을 수고로
기어코 붉게 영그는
나에게는 그저 웃자란 가시였을 저것이
가만히 붉게 살아가고 있다
그 마른 가지 옆으로 다시 길을 내었다
<흔들리는 것이 부끄러움은 아니기에>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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