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김계수
버스 정류장 25시 편의점 앞
함양댁 식당이 헐리고 있다
함양댁 허리둘레 같은
무허가 기둥이 헐린다
김씨가 내일 새벽 공사판 일만 있었더라면
박씨가 한 병 더 마시자는 김씨의
부탁을 들어주었더라면,
길 잃은 고양이가
김씨에게 늦은 저녁을 구걸하지 않았더라면,
소주병을 비울 때마다 높아지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좁다란 평상이
평평하게 잡아주었더라면,
함양집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더러
사람의 품과 품에도
함부로 낯선 정이 드는 법인데
이까짓 무허가가 무슨 대죄냐고
땅을 두르리며 함양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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