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세월의 중력 / 성형외과에서

칠부능선 2021. 3. 5. 18:21

 남편의 눈꺼풀이 눈을 덮어 이마를 들어 눈을 뜬다. 그래서 이마 주름까지 깊어진 듯하고 많이 답답한 느낌이다. 

며늘이 올때마다 "아버님 수술하세요~" 권하니 못이기는 듯, 어제 예약해 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번갯불에 콩 구듯 오늘 수술을 했다. 오늘이 아니면 한 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12시에 가서 준비하고 4시경 끝났다. 며늘도 일찍 와서 함께 의사 만나고 얘기 듣고 계산도 해줬다. 일부 보험도 되었지만, 큰 선물이다.

 혼자 갔으면 엄청 당황할 뻔 했다. 주차장이 만차라서 근처 빌딩에 세우느라 우왕좌왕하는 동안 며늘이 남편을 안내했으니 마음이 놓였다. 어쩔수 없이 이렇게 노인이 되어간다. 나도 상담 받아보라고 권하는데.... 다음으로.

 내 눈 주위를 자세히 보니 눈꺼풀이 내려와 눈꼬리가 진무르기도 해서 상처가 있다. 그래도 그 어색한 모양새 보다는 지금이 낫다. 아직은. 

 남편이 수술 받는 시간에 며늘과 대구탕으로 점심을 먹고 스벅에서 차를 마시는데 호출이다.

 큰 일을 후다닥 치뤘다. 이제 잘 자리잡기를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참 좋아진 세상이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이 수술을 많이 한다고 한다. 눈이 처지기 전에 단도리를 해서 젊게 보이려고 한단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나는 참 답답한 중생인 거다. 나도 어느 날 마음이 바뀌면 후다닥 ~~ 할 수도 있겠지. 

 

  70년 넘도록 직립으로 살았으니 피부가 아래로 처지는 건 당연지사다. 자주 물구나무서기를 해줬어야 하는지...   

 중력의 힘을 거역하지 않고 적당히 주름지는 건 세월의 훈장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엔 괴리가 있다. 

 어머니는 91세 돌아가실때까지 굵은 주름이 없었다. 자주 보던 친구는 마냥 부러워했고, 오랜만에 집에 온 친구가 어머니를 보고 어색하고 낯설다고까지 했다. 

 이제는 적당한 주름을 훈장까지는 아니라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다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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