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딸네 집에 갔다.
시경이 6학년이 되니 할 게 많은가 보다. 미찌는 저리 턱 받치고 있다.
예전에 우리가 가면 미찌는 방 침대 아래 숨어서 안 나왔는데... 많이 나아졌다.
저러고 있다 내가 손 내밀면 쏜살같이 가버린다.
아들네 고양이는 와서 부벼대는데, 미찌는 아직 도도하다.
잘린 듯 짧은 꼬리를 보면 고난이 있었는지, 길냥이 출신이라 경계심이 많은 듯하다.
고양이는 꼬리로 감정표현을 한다는데. 어쨌든 미찌는 많이 무거워졌고, 과묵하다.
방 하나를 턱 차지하고 있다.
오로지 시경이 바라기만.
숙제 그만하고 좀 놀아주렴~~
누군가를 저리 바라보던 시간이 있었던가.
짝사랑, 외사랑의 편력이 단단한 가슴을 만드는 거름이 되기도 하겠지.
그 습성 끝에 따라붙은 그윽한 눈빛이라도 남아 있기를.
말없는 미찌한테 배운다.
이건, 연님의 목소리... 며늘은 길냥이 먹이주러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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